인생의 레몬차

책읽기 2007. 1. 26. 14:59
인생의 레몬차
루화난 지음, 허유영 옮김/달과소

요즘은 두 번이나 앓았던 감기의 후폭풍으로 아침을 깨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침을 거르는데 너무 자연스럽네요. 전에는 빵이나 토스트라도 사먹곤 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여의챦아서 반잔이기는 하지만 빈속의 커피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금요일이라 바람처럼 버스가 달렸던 탓에 10분정도의 자투리 시간이 남았습니다. 오늘따라 원래 정류소보다 회사에 좀 더 가까운 곳에 내리는 바람에 그 근처에 있던 토스트 가게를 찾았습니다.

모처럼 따끈한 오뎅국물에 토스트를 먹고 있는데 아저씨가 두어 손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데 들려옵니다.
"새벽 5시 반에 나와서 낮 12시까지 정신없이 100개를 팔면 5만원이 남아요. 그렇게 한달을 팔면 겨우 기초생활수급자 신세를 면하죠."

그 얘기를 들으며 먹던 토스트를 보니 이 또한 예사롭지 않습니다. 겨우 1000원짜리 토스트이지만 한 부부의 새벽을 깨우는 부지런함이 녹아 있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삶이란 보는 이의 눈에 따라서 빛나는 의미와 가치들로 가득 차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그저 그렇게 시시하게 돌아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책은 그런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입니다. 그래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저는 '성공'을 이야기는 하는 책이 이제는 부담스럽습니다. 이 세상의 1%도 안되는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가슴은 뛰지만 죄다 부담으로 남습니다.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고 말들은 하지만 현실은 현재나 냉정한 법입니다. 어쩌면 그러한 성공은 하늘이 내는 것인지도 모르죠. 성공하지 못한 99명때문에 그 한명의 이야기가 빛나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차라리 성공에 대한 스토리나 방법을 열거한 책들보다는 따뜻한 '이야기' 자체에 끌리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곳 저곳에서 흘러다니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이 책에 대해서 큰 의미를 부여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책값만큼의 감동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또 그리 따지고 들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 사는게 다 비슷한 법이니까^^

꼭 레몬차가 아니라도 차 한잔 마시면서 이 책의 아무 장이라도 열어 그 이야기에 빠져보세요. 그 시간만큼은 누구도 당신의 작은 행복을 간섭할 수 없을 테니까요. 당신의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열어둔다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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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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