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다시 ebs에 관한 글이다.
바로 근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는 '다큐프라임-아이의 사생활'
그 중에서도 '다중지능'에 관한 4편의 이야기이다.

이 다큐는 단순명료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지능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 지능에 맞는 직업이나 일을 하고 있을 때 가장 성취도와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또한 강점을 통해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자기계발 형식의 다큐프로이다.
하지만 그냥 다큐라기엔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완성도도 매우 높다.
(최근 ebs의 여러 시도들이 흥미롭다. 지식채널e는 책으로도 나왔다. 지식 프라임은 놀라웠다.)

사실 이 프로의 뼈대를 이루는 다중지능이론은 하워드 가드너에 의해 일찍이 알려졌던 이론이다.
프로의 시작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미하이 칙세트 미하이'는 그의 책 '몰입의 즐거움' 뿐 아니라 여러 자기계발 서적에서 수도 없이 인용되었던 사람이라 친숙하기까지 하다.
다만 그 책들이 이론서나 자기계발 분야에 머물러 있었다면 이 다큐는 그 이론들을 좀 더 현실적인 문제, 즉 육아와 적성, 직업, 그리고 전반적인 삶의 성공과 행복의 문제로 설득력있고 재미있게 끌어내고 있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출연한다.
그들은 영어교사, 의과대생, 연구원같은 쟁쟁한 직업의 소유자들이지만 스스로 만족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영어교사는 수의사가 되고 싶어하고 의과대생은 방송작가가 되고 싶어한다.
이런 설정은 다분히 전략적이지만 별 수 없이 끌려들게 되는 화두이다.
왜 그들은 그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게 되는가.
반신반의하며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 모은 후 익숙한 이금희의 나레이션은 그 정답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그리고 그 답으로 성공한 네 사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배경에는 그들의 가진 재능과 하고 있는 일이 요구하는 재능이 일치함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사실 4명의 표본을 설득력있다 할 수는 없지만 검증된 이론이라는 점에서는 네명이 충분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누구나 교육과 훈련을 통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공은 고민하는 우리들에게로 넘어온다.
나의 재능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재능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과 얼마나 일치하는가.
그리고 그 다음 나의 선택은 어떠해야 하는가.

당장 나의 예를 보자.
정말로 좋아하고 매력을 느껴 시작한 IT쪽 일을 실무에서만 8년 가까이 해오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그 결과는 미약하다.
나의 재능은 언어,자기성찰의 영역이다.
논리수학을 요구하는 지금의 일에서 큰 성과를 기대하기가 애초에 힘들었 수 있다는 가정이 선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내가 8년의 경력을 버리고 갑자기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까?^^
여기서 이론과 실제의 괴리, 이런 다큐 프로의 한계 아닌 한계가 드러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결론은 그다지 부정적이지 않다.
직업이 아닌 취미생활로도 나는 이미 나의 재능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다.
심지어는 (윤문의 형태이긴 하지만) 자기계발서 한권을 써보기도 했다.
그러니 당장 실천에 옮기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이 이론에 백번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최근 구본형 변화연구소의 연구원들이 펴낸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는가'을 읽으며
각 사람의 장점을 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힘든 일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우리는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때 행복하다.
몰입할 수 있고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장점을 자기의 것을 만들어 일어설 때 단점도 극복할 수 있다.

이 다큐가 가진 또 하나의 장점은 '강점'의 강조에 매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다중이론도 철저히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운데 자신을 발견 내지 이해하고.
그 강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어쩌면 영어교사를 하면서 수의사 일이 주는 재미와 의미, 달란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의사만이 쓸 수 있는 방송대본의 차별화를 통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게 될지 모른다.
나 역시 현업의 경험하에 글쓰기의 장점을 더욱 키워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리고 얼마나 안심인지 모른다.
서울대생, 혹은 의사, 판사, 변호사로 대변되는 무능과 유능, 실패와 성공의 단순한 잣대를 벗어나
사람들 좀 더 다양한 시각에서 평가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어쩌면 이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축복인지도 모를 일이다.


다중지능이론

‘8과 2분의 1’ 지능론으로 불리는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론은 인간 뇌의 특정 부위와 직접적 연관 관계가 입증된 △언어 △음악 △논리수학 △공간 △신체운동 △인간친화 △자기성찰 △자연친화라는 독립된 8개의 지능과 종교적 능력과 관련된 가설 단계의 실존지능(2분의 1)으로 구성된다. 중앙집권적 ‘공부’로 요약될 수 없는 지방분권적 지능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또 이 다양한 지능의 조합에 의해 수많은 재능의 발현이 이뤄진다. 이 이론에 따르면 재능은 곧 지능이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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