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NE1은 '얼굴 안보기'로 유명한 YG 패밀리가 만든 여성 아이돌 그룹이다...라고 쓰고 보니 은연 중에 들어간 설명조의 글 때문에 내 나이를 들켜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21세기에 'TV란 무엇이다'라는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아무튼 개성과 실력, 거기에다 위트 넘치는 이름까지 매력적이어서 신곡이 나오면 한 번은 듣곤 하는 2NE1의 인터뷰가 한겨레에 실렸다. 그들은 다른 아이돌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그들은 음악을 무엇이라 말할까? 그리고 어떻게 그들만의 색깔을 잃지 않고 나름의 색깔을 지켜가고 있을까?

- 앨범에 일렉트로닉부터 록, 어쿠스틱 팝까지 다양한 색깔이 들어 있어요. 앨범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요?
“한곡씩 내놓을 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우린 한가지 장르만 하는 그룹이 아니거든요. 투애니원이 부른다는 것 자체가 일관성 아닐까요?”

 
말의 성찬일까? '투애니원이 부른다는 것' 자체가 일관성이라니. 아무튼 대단한 자신감의 표출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르로 자신의 색깔을 만들고 지켜왔던 선배 가수들에게는 어떻게 들릴지 의문이다. 하지만 '나가수'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김범수와 박정현이 '발라드'를 불러서가 아닌 그들 자신만의 음악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에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른바 '정체성'의 자각인 셈인데 씨엘의 다음 인터뷰 내용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었다.
 

“곡을 직접 쓰고 싶진 않아요. 그러다 보면 저만의 색깔이 생겨 표현의 한계에 부딪히게 될 테죠. 다른 누군가의 곡을 잘 소화해내며 표현의 한계에서 영원히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요즘의 아이들 그룹 중에는 비주얼을 넘어 가창력과 작곡 능력까지 겸비하고 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나가수의 신정수 PD가 '씨스타'의 효린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다는 소식은 단순히 시청율을 의식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다. 표현의 한계에서 '영원히' 자유롭고 싶다니... 이건 재기발랄의 수준을 넘어서는 말이 아닌가? 아니면 의도되고 연출된 인터뷰일 뿐인가? 하지만 말은 그 사람을 숨길 수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진정성'이 중요해진다. 그들은 그들이 하는 말에 얼마나 그들의 삶을 담고 있을까?

- 무대를 진심으로 즐기는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무대를 즐기려면 그 전에 죽도록 연습해야 해요. 눈 감고도 춤출 정도로 여유가 있어야 즐길 수 있거든요.”


진심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죽도록 연습해야 한다. 그러고보니 아이돌 그룹의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생 생활'은 이미 대중에게도 신화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돈을 벌고 싶어하는 기획사와 스타가 되고 싶어하는 10대의 열망이 만들어낸 일그러진 자본주의적 화학 작용 쯤으로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 인터뷰에서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그들은 쉽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삶을 담보로 무대 위의 삶이 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지 않나. 넥타이 매고 통근 버스를 전전하면서 그나마 이 사회의 건강한 대들보 역할 비슷한 것 정도는 하고 있다고 믿는 나, 과연 그들만큼 이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나? '진심으로 즐기기 위해 죽도록 연습한다'는 그들의 말이 내 속에서 또 하나의 질문을 만들어내고 있다. 닳을대로 닳은 곰팡이내나는 연륜으로 무장한 이 사회의 지도층들보다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하면서.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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