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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11 굿바이 미실!


"덕만은... 아직... 이더냐?"

평소에 '선덕여왕'을 거의 보지 않던 저도 어제와 오늘 방송분은 보았습니다.
미실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서.
엿가락 늘이듯 길어진 스토리지만 어차피 광고로 먹고 사는 방송의 생리를 비난만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무엇보다 오늘 고현정이 보여준 연기는 길이길이 인구에 회자될 명연기였음에 분명합니다.
이 미실의 엔딩을 위해 들인 작가들의 노력에 존경을 표하고 싶을 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

미실이 그토록 얻고 싶어 했던 그것, 얻으려고 했던 그것,
이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브랜드가 간절히 다다르고 싶은 궁극의 경지가 아닐런지요.
그 존재만으로도 뿌듯해지는 브랜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아 그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숭배'하는 경지에까지 이르는 브랜드를 제 손으로 만들어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이 세상의 모든 CEO아 브랜더들이 간절히 바라는 꿈의 종착역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도 많은 이들이 자신의 돈과 시간, 가족은 물론 인간성까지도 팽개치며 신기루와도 같은 그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만 둘래요."

'더냐'로 일관하던 서슬퍼런 어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한 남자의 여자, 한 아들의 어머니로 찰나처럼 돌아오던 인간적인 미실의 모습을 혹 보셨습니까?
아주 개인적인 사견이지만, 저는 보는 내내 그것이 과연 '연기'만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군요.
미실이 그러했듯 현실 속의 고현정도 그 비슷한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저토록 열렬히 자신을 태워가며 연기했던 것은 아닐런지요.
그리고는, 그렇게 독하게 살아가기 위해 가슴 속 깊은 곳에 쌓아두었던 회한을 작은 독백을 통해 설핏 흘리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요.
인간의 욕망이란 때로는 인간의 손을 뿌리치고 나가 그것을 만들어낸 주인에게 날카로운 화살을 돌리기 일쑤입니다.
미실도, 인간 고현정도, 아니 우리 모두도 '욕망'과 싸우려는 무모한 도전을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혹 오늘의 엔딩에서 배울 수 있다고 한다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 비난받게 될까요?

나는 미실이 '나눌 수 없도록 연모한 그 무엇'이 자신의 삶과 바꿀 정도로 대단한 것이라 여기지 않습니다.
애초에 그만한 야망을 담을 그릇이 될 수 없다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고, 대응하고, 움직이기 위해 쏟을 그 에너지를,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의 가족을 행복하게 하며, 나를 만나는 이들이 행복하게 하는데 아낌없이 모두 써버리겠습니다.

그래서 오늘처럼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
두 시간 넘어까지 열렬히 인터뷰에 응해주셨던 모 회사 이사님의 얼굴과 조언들을 하나씩 둘씩 되새기고,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흥분된 목소리로 퇴근길의 내게 전화를 주셨던 사장님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직접 장에 나가 사온 생고등어로 지상에서 둘도 없는 찜요리를 해준 아내의 솜씨를 떠올리고,
자신의 엉덩이에 얼굴을 갖다대라 한 후 아낌없이 방귀를 뀌어댄 네살배기 딸아이의 영민함?을 떠올리면서,
한낱 드라마이지만, 생각의 공간과 지혜의 메시지를 오롯이 담아내온 '선덕여왕'에게 감사할 수 있다면,
그래서 뭔가 큰 일을 이뤄낼 듯한 흥분으로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 수 있다면,

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지금 이 순간입니다.

브랜드가 사람을 닮았다면,
그런 하루를 경험하게 해줄 브랜드라야
만드는 이도, 그것을 사는 이도 행복해질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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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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