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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1.06 처제의 해피엔딩^^ 2

한가한 주일 오후 처제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내가 맛있는 김치찌개 끓여준다는 말에 혹했는지 오겠다고 한 모양이다. 서울로 상경한 후 얼마간 우리와 살다가 독립한지 1,2년 되었는데 요즘 부쩍 자주 찾아온다. 나도 아내와 아이들이랑 씨름하다가 처제라도 오면 이전보다 훨씬 반갑다. 서원이도 요 얼마간 부쩍 이모를 찾았으니 온 가족이 반긴 셈이다.

처제는 전형적인 퀸카 스타일이다. 키도 크고 인물도 워낙 출중한지라 우리 집 앞에 외제차가 두어대 시위를 하다 간 적도 있다. 그 탓인지 처제의 생각도 우리 부부와는 많이 다르다. 돈 많은 남자 만나 그다지 고생하지 않고 삶을 즐기는 것이 처제의 가장 큰 삶의 목적이요 가치라고 하겠다. 이런 처제의 독립을 두고 우리 부부는 참 치열하게 싸웠었는데 지금은 마음을 '내려놓고' 지켜보며 기도하기로 했다. 더구나 처제만 이상한 게 아니질 않은가. 우리마음에는 들지도 않고 많은 부분 이해도 안되지만 존중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처제가 마음이 편해졌는지도 모르겠다.

먼 길을 달려오면서도 어마어마하게 맛있는 홍시와 참기름까지 일일이 챙겨왔다. 아내는 약속대로 맛있는 김치찌개를 끓여줬다. 혼자 사는지라 따뜻한 밥이 그리웠을 법도 하지. 포도에 홍시에 푸짐하게 후식까지 먹고 나니 졸린 지 이내 잠이 들었다. 좁은 집이지만 그래도 마음 편하게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가족이 되었다는 게 내심 기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처제를 비롯한 온 가족이 즐겨보는 '사랑과 야망'을 보다가 처제가 은근슬쩍 한 남자 얘기를 꺼낸다. 5년 동안 쫓아다닌 남자얘기다. 원래 결혼은 상상도 하지 않던 처제가 얼마 전부터 아이를 낳고 싶다는 얘기를 할 때부터 조금 의심은 했었는데 이번에는 결혼얘기를 꺼내서 내심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 남자에게 3,4년 더 기다려주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그러면 결혼하겠다고 했더니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다.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욕망은 과연 어디서 생긴 것일까? 우리 가족 때문이었으면 하는 소망이 가슴 한곳에서 샘솟는다.

조금씩 나이를 먹을수록 왜 그렇게 많은 책속 저자들이 '가족' 소중함에 대해 그렇게 많이들 얘기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도 같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여주인공은 남편과 아들에게 더 충실하고 싶어서 가슴 뛰게 하고 싶었던 연극을 그만두기로 한다. 조금만 젊었더라면 이해 못했을 결정일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이해가 간다. 사람마다 가치가 틀린 법이지만 나 역시 화려한 성공보다는 따뜻한 가족의 소중함이 더 지킬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부디 처제가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돈도 많고 사회적 지위도 따라왔으면 좋겠지만 우리의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우선순위를 묻는다. 처제도 나와 같은 대답을 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가 저녁에 모여 도란 도란 나누는 대화의 내용이 훨씬 더 풍성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처제의 해피엔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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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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