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cking on your door

습작 2008. 7. 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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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사는 성을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한 왕이 있었다.
왕은 그 일을 한 왕자에게 자신이 아름다운 딸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자 세상의 내노라 하는 왕자들이 이 일을 위해 모여들었다.

한 왕자는 거대한 통나무로 마녀의 성문을 부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되려 그 통나무가 먼저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다음 왕자는 대포로 성을 헐어버리려고 했다.
그러나 성 안에서 용이 나타나 대포알을 받아 삼키더니 뱉어버렸고 그 바람에 대포를 쏘던 사람들과 왕자가 죽어버렸다.
다른 왕자가 불화살 공격을 하자 성이 스스로 물을 뿜어 불을 끄더니 불로 만든 거대한 바람개비가 날아와 그 왕자조차도 죽여버렸다.
모두들 넋을 잃고 있을 때 마지막 왕자가 나타나 성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성문 앞에 멈춰서 노크를 했다.
그러나 마녀가 나와 말했다.
"이 성문을 열기 위해 노크를 한 건 당신이 처음이에요."

영화 '프린스 앤 프린세스'에 나오는 그림자 인형극 이야기중의 하나다.
그 뒷얘기도 재미있지만 나는 이 부분을 보며 많은 생각을 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갖 종류의 공격 아닌 공격을 한다.
많은 돈, 높은 지위, 멋진 프로포즈...
그러나 여자는 자신의 마음을 '노크'하는 남자를 기다린다.
이것은 그냥 낭만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결혼 7년차인 나도 아내의 마음을 열기 위해 진심어린 '노크'를 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노크'란 아내의 이야기를 단지 들어주는 것, 공감, 배려, 필요을 먼저 알아 채워주는 것과 같은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스킬들이다. 돈도 특별한 노력도 필요치 않다. 그저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라려고 다가서는 자세다.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도 없지만 또 그만큼 상처받기 쉬운 사이도 없다.
마치 유리벽처럼 서로를 볼 수는 있어도 만지거나 심지어 상대방의 목소리를 듣기 힘든 경우조차도 많다.
그저 '노크'만 하면 되는데 부수거나 넘어서거나 심지어 태워버리려고 한다.
당신이라면 그런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주겠는가.

노크를 연습하자.
그래야만 문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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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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