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은 인류를 영원히 바꾼다(Some journeys change mankind forever)."

이 책은 200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간 지 40년을 기념하는 루이비통 광고로 끝을 맺는다. 달에 갔다온 3명의 우주비행사, 그리고 강렬한 카피 한 줄. 그리고 어쩌면 이 세 명 중의 한 명은 저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참동안 광고를 들여다본다.

'진심어린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면, 볼 수 없었던 것들, 또 보이지 않는 것들, 또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신비로운 힘이 생긴다.' p36

평범한 달, 그러나 갔다온 자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 만약 당신이 어떤 일에 확신을 갖고 인생을 거는 사람을 만난다면 위의 사진처럼 '이미 그 곳에 다녀왔거나 미리 본 사람'임에 틀림없다. 그가 우주 비행사이든, 예술가이든, CEO이든 간에 말이다. 모짜르트에 관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렇게 생각했을 수 있다. 그가 작곡을 했다기보다는 머릿 속의 악보를 그대로 베끼고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최근에 만났던 럭셔리 브랜드의 CEO도 언제나 입버릇처럼 말했다. '회사와 브랜드의 미래가 보인다'고 말이다. 이외수씨가 쓴 '글쓰기의 공중부양'도 바로 이러한 오감 훈련법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 '본다'는 것과 창조력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시인들은 보이지 않는 것, 우리가 잘 보지 못하는 것을 본다. 시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상상력의 힘은 과연 무엇일까? 황인원 선생과 대화를 하며 찾아낸 한 가지 답은 '의인화'다. 시인들은 꽃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 마음으로 대상이 말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낸다.' p42

대상에 대한 애정이 그것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이미 예술가들의 세계에서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우리가 '예술'을 통해 느끼는 가장 큰 유익이라면 작가의 손끝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을 통해 우리가 모르던 세계와 소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이 점차 우리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스며들게 되었고 이러한 소통에 성공한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러한 사물과의 교감을 통한 창조력은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 것일까? 잠깐 저자의 상상력 속으로 들어가보자.

"제가 담배를 만든다면, 담배 개비마다 이름을 붙일 겁니다. 어떤 것은 '추억memory', 또 어떤 것은 '열정passion', 또 어떤 것은 '고독loneness'등으로 말이죠. 그렇게 되면 저는 담배를 피울 때마다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금 이 시간엔 추억을, 또 다음에는 열정을, 또 어떤 때는 고독을.... 그럼으로써 담배는 단순한 기호품에서 벗어나, 하나의 감성상품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p37

마침 어제 아이폰4와 갤럭시S가 동시에 런칭행사를 가졌다. 모든 언론이 이 빅매치를 대서특필하고 트위터를 비롯한 온라인상의 메시지들은 이를 바라보는 네티즌들의 목소리로 들끓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삼성이 분명 애플에 고전하고 있다. '이순신폰'이라는 애국심을 들고 나올 정도로 절박한 상황이고 보면 문득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저자는 특정 기업이 아닌 한국기업 전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예전처럼 선진기업들이 따라 할 아이템이 많을 때는 그것을 배워 활용하기만 해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 기업들이 업그레이드의 귀재이다 보니, 모든 분야를 다 따라잡아 이제는 더 이상 따라할 대상이 없다. 절대적으로 새로운 가치를 가진 무엇인가를 창조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p66

이 말에 공감한다면 이 책의 탄생 배경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이제 창조력과 상상력은 더이상 예술가들만의 전유물도 아니며 뜬 구름 잡는 소리도 아니다. 이제 기업과 제품을 넘어 한 인간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다음의 글은 경영자들이 느끼는 절박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보고 베끼는 경영이 절대 불가능한 현실에서 경영자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지는 '오리진'이 되는 것이다. 남들의 모방이 불가능한 절대적 가치를 지닌 무엇인가를 창조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이것이 많은 이들이 말하는 '창조경영'의 본질이다. p67

이 책의 뒷부분은 바로 이러한 창조력을 바탕으로 성공한 기업들에 대한 살아 있는 사례들이다. 그러나 한 번은 전에도 들었을 법한 사례들이 좀 더 설득력있게 다가오는 점은 아마도 그 해석의 틀과 관점이 여타의 책들과 차별화되어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그렇다면 저자는 이러한 '창조력'에 대해 저자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른바 '창조에 대한 정의'말이다.

모든 창조의 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생각들이 있다. 그 생각들은 남다른 것이며, 신념이 녹아 있는 것이며, 강렬한 의지가 담긴 '가치 있는 생각'이다. 나는 이처럼 특별한 생각은 특별하게 불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한 그것의 이름은 바로 '소울Soul'이다. p178

이 책의 부제인 '운명을 바꾸는 창조의 기술'이라는 표현은 사실에 책에 어울리지 않게 지나치게 진부하다. 그러나 '더 나은 것이 아닌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라'는 카피는 생생하게 와닿는다. 그 이유가 뭐냐고? 바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놀라운 마케팅'의 현장을 비록 동영상이지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더이상 진부할 수 없지만 그 대상은 바로 애플과 아이폰, 그리고 스티브 잡스이다. 그가 남긴 다음의 말은 이 책 한 권이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단 한 마디인지도 모른다.

"미칠 정도로 멋진 제품을 창조하라, 아니면 우주를 감동시켜라!" - 스티브 잡스


* 이 책이 소개하는 살아있는 창조 경영의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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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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