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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03 화성남자는 없다

화성남자는 없다

습작 2008. 7. 3. 14:30
최근에 새로운 잡지 런칭을 준비하게 되면서 여러 사람을 면접할 기회가 생겼다. 그럴 때 꼭 빼놓지 않는 질문이 있었는데 그건 '정말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고 생각하는가'였다. 그리고 그 대답은 매우 흥미로운 것이었다.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남녀의 차이 하면 바로 '화성 남자, 금성 남자'를 떠올릴 정도로 존 그레이의 이 책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었다. 이후에 나온 시리즈들만 하더라도 열 손가락 가깝게 꼽을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중요한 건 어렴풋하게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들어' 했던 많은 남녀에게 남녀의 차이를 선명하게 각인시켰다는 점이다. 즉 우리가 그렇게 이해하지 못하고 다툴 수밖에 없었던 건 남녀가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며, 그것은 당신 잘못이 아니다는 위안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우리 세대는 그러한 질문을 던지지 못했다. 아니 그러기엔 드러나는 현상들이 너무나 분명했다. 남자들은 일과 성공을 중시했으며 여자들은 그보다는 인간관계를 더 중히 여기는 게 분명해 보였다. 성공한 남자와 따뜻한 여자, 이러한 이미지들은 CF나 책, 각종 매체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었고, 모든 갈등에 대한 이해는 적어도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라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그녀들의 대답은 달랐다.

중요한 건 그분들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결혼을 통해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를 얻으려는 여우같이 영악하고 현실적인 분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약간 의도성이 있었던 나의 이런 질문에 두 번 의심하지 않고 대답했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지 않다, 다만 사람의 성숙도와 인격, 경험, 성향의 차이일 뿐이라고 말이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최근에 뜨는 가장 여성적이고 남성적인 이미지들엔 무엇이 있는가. 어렵지 않게 여성적인 남성, 남성적인 여성상들이 금새 떠오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부드럽고 위트 있으며 따뜻한 남자,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욕망과 똑 떨어지는 일 처리능력을 동시에 갖춘 몇 몇 사람의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아예 그렇지 않은 남자와 여자는 다소 뒤떨어져 보이고 융통성 없어 보일 정도다.

기사를 준비하면서 '논리녀와 감성남'이라는 표현도 접하게 됐다. 우리는 흔히 남자는 이성적이고 여성은 감성적이라고 말해왔고 또 그렇게 이해해왔다. 그러나 결혼을 준비하는 남녀들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더 잃을 것이 많은 여자가 얼마나 결혼을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하는지를 금새 알 수 있다. 반면에 남자는 남녀 관계를 다소 감상적으로 접근한다. 결혼 준비과정에서도 그렇고 이혼 과정에 있어서도 여자들이 참으로 치밀하게 오랫동안 준비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는 달라졌고 트렌드는 이를 충실히 반영한다. 그리고 지금의 다양한 트렌드는 이런 전통적인 남녀 차이에 대한 상식을 조금씩 깨뜨려 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여성은 남성성을(전통적으로 남성에게 많다고 여겨진 이성적인 면, 자립심 등), 남성은 여성성을(감수성, 다정함, 유연함 등) 지향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별 의심 없이 상식적으로 알아왔던 '화성 남자와 금성 여자'의 견고한 성벽을 조금씩은 두드려 볼 때가 온 것이 아닐까?

내겐 6살짜리 남자 아이와 3살짜리 여자 아이가 있다. 그러나 따로 그렇게 학습시키지 않아도 분명한 차이들을 금새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오빠 서원이는 사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할 때부터 기차와 자동차에 열광했지만 여동생 희원이는 반짝거리는 거울과 빨간색 신발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주위에 물어봐도 이러한 차이는 대부분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나 사람을 대하는 방법, 말을 배우는 속도, 심지어는 폭력성조차도 남녀 차이로 설명하기엔 뭔가 미심쩍은 면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과연 남자와 여자는 태생적으로 다른 것일까? 아니면 그 차이와 공통점에는 일관된 어떤 패턴이 따로 있는 것일까?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은 모든 갈등이 이 '다름'에서 오기 때문이다. 화성 남자로 이해한다면 같은 문제를 두고도 바라보는 방향이 틀리며 해결하려는 방식도 아예 틀리다. 그러나 남녀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배제한다면 우리는 인간 각자의 다양성에 조금 더 신경을 써야만 한다. 어쩌면 그 많은 남녀 갈등, 별거, 이혼 등 남녀 사이에 벌어졌던 그 수많은 전쟁을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이해하려 했던 우리들의 잘못을 뉘우치게 될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사람은 존 본 조비의 말 대로 사람은 섬이 아니라는 점이다. 남녀의 차이도 결국인 사람의 문제고 그동안 우리가 알고자 했던 그 차이의 비밀 역시 여전히 유효한 질문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근원에는 상대방과 어떻게든 맞닿아 있으려는 우리들의 본능적인 용트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섬이 되지 않기 위한, 사랑받기 위한, 그리고 사람답게 의미있게 살아가려는 강렬한 욕망이...

남자와 여자의 차이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들

l  여성들은 남자들보다 관계의 유지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l  남자는 어떤 사건의 결과를 중요시하고, 여자는 과정 자체를 중요시한다.

l  남자는 여자를 기쁘게 해주기 원하지만, 종종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l  그녀가 입을 만한 게 없네.”라고 말하면 그것은 새 옷이 없다는 의미이다.

l  남자들의 대화에는 항상 무언가 제3의 매체가 있다.

l  남자는 와플과 같고 여자는 스파게티와 같다.

l  남자는 절대 길을 잃지 않는다. 나가는 길을 아직 찾지 못했을 뿐이다.

l  24G!(x30) + 78ft(3/M) = s612CN3, 남자들이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를 나타내는 공식

l  남자들은 일과 성공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여자들은 사랑 받고 있다는 느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다.

l  남자 아기는 거의 예외 없이 장난감을 잡지만, 여자 아기는 장난감을 쥐고 있는 사람 손을 만진다.

l  남자와 소년의 유일한 차이는 장난감에 투자하는 액수다.

l  남자는 여자처럼 잘 기억하지 못한다.

l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읽어주기를 진심으로 원하고 있다.

l  여성은 남성보다 더 사회적이다.

l  남자는 여자들보다 훨씬 더 민감하다.

l  남자와 여자는 의사소통하는 방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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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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