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의 일입니다. 네이버 책 담당자 분께서 제가 두 번째로 도전한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서평이 네이버 '오늘의 책'에 소개되게 되었다고 메일을 보내오셨더군요. '익숙한 것과의 결별' 서평이 아직 소개되지도 않은 시점이라 몹시 들뜨기도 해서 아내에게 메신저로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반응이 차갑습니다.

"이사준비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사람한테 꼭 그렇게 자기 자랑을 해야겠어?"

책만 읽는다고 투덜대다가도 이런 일이 생기면 내심 못 이기는 척 추켜세워주던 사람이라 이런 뜻밖의 반응에 멍한 상태로 있는데, 아내는 이미 메신저를 끄고 모니터 화면 뒤쪽으로 도망간 뒤였습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의아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습니다.

아내는 최근 며칠 간격으로 연달아 세 번씩이나 밤을 샜습니다. 바로 제가 '대망'과 '향수', '내 이름은 빨강'을 사온 날입니다. 다른 때는 도무지 책 읽을 시간을 낼 수 없는 아내로써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새벽 3,4시까지라도 한숨에 읽어버립니다. 저와는 달리 아주 어릴 때부터 책을 읽어온 아내는 그 읽는 속도도 대단하거든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배움과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아이 둘을 낳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는 증거도 되지 싶었습니다.

원래 의대를 지망했던 아내는 집안 형편 때문에 재수를 하지 못하고 '화학공학과'를 전공하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대학원 과정까지 마치게 되고 유학의 길까지 열렸지만 또 다시 형편 때문에 그 꿈을 접습니다. 그리고 조그만 제약회사 연구원으로 몇 년간 일하게 됩니다. 그러다 저를 만나 결혼하고서는 벌써 5년 가까이 아이들 뒷바라지 외에는 꿈도 못 꾸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가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집안 살림만으로 만족하기에는 마음 속 꿈의 빈 그릇이 너무 큰 사람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데 남편이란 사람은 책 읽은 지 고작 2년 만에 다음, 네이버, 예스24, 알라딘 등의 우수서평에 하루가 멀다 하고 뽑히고 있으니 그 상대적인 박탈감이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5년 가까이 같이 살아오긴 했지만 전 참 눈치 없는 사람입니다. 반성, 또 반성하고 있는 중입니다^^

인간은 원래 이기적인 존재입니다. 모든 일을 자신의 시각과 기준, 감정으로 풀어내려 하므로 인간관계가 힘든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 중 몇몇 사람은 그 본성을 거슬러 철저히 타인을 배려하거나 혹은 절대적인 존재에 자신의 주인 자리를 내어 놓습니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 하나님에 대한 전적인 신뢰 같은 것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향한 의지적인 행동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철저한 자기부인, 자기희생의 또 다른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들을 함께 고민하며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인재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얼마나 큰 손실인지 모릅니다^^ 당장은 젖먹이 희원이 때문에 힘들겠지만 아이들은 금방 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조그마한 여유만 허락된다면 아마 제 코가 납작해질 만큼 큰 일을 벌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장은 아내나 저나 화를 멈추고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어쩌면 이 모두가 더 큰 성장을 위한 작은 희생이요 대가일 수 있으니까요. 조바심 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때를 기다려는 그런 시간으로 소중히 채워가야 하겠습니다. 아내는 여전히 씩씩대고 있지만 말입니다^^




* 처제가 가락시장에서 킹 크랩과 굴을 사왔군요. 제 철이라 그 맛이 끝내줬습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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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자꾸 책쿠폰이 쏟아진다.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이런 일이 생기는구나!
무엇보다 좋은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하게 되어서 기쁘다.
(개인적으로야 당연히 기분이 좋은거고 ㅎㅎㅎ)

* 소개되는 글(수정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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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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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지식을 가진 것은 도구일 뿐 이예요. 중요한 것은 가치관이지.
어떤 독재체제하에서 소수의 인간들이 권력을 쥐고, 그 소수의 이익을 위해서 정보를 악용할 때, 그 거짓을 찾아내고 공개적으로 체계화해서 논문으로 알리고 하는 것은 그런 도구가 있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야.
우선 그런 정신과 사상을 가져야 하는 거지.

요즘은 편해졌지. 하지만 지금 컴퓨터나 인터넷에서 나온 정보의 강점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쓰느냐. 인류의 공동의 행복을 위해서 쓰느냐, 전쟁을 위해서 군사력을 위해 쓰느냐. 그것은 정보나 지식이 아니라 가치관, 철학의 문제야. 개개인이 어떤 의식과 사상과 철학을 지니느냐가 중요한 거지.

<네이버 '오늘의 책' 인터뷰에서, 리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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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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