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이

완벽한 하루 2006. 10. 26. 06:34

TV를 즐겨보는 편이 아닌데 우연히 아내와 '황진이'를 보게 된건 지난주였습니다. 사실 저보다는 아내가, 내용보다는 화려한 화면에 끌려서 보게 되었던거고 어제 다시 보게 된건 순전히 아이들이 일찍 잠드는 바람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이렇게 기적적!으로 일찍 잠드는 날엔 뭔가 하고 싶은 것들로 머릿속이 가득해진다고 하네요^^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황진이'를 보다가 식상하긴 표현이긴 하지만 '우리 것'의 화려함에 다시 눈뜨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재발견'은 영화 '취화선'과 '스캔들', 드라마 '대장금'같은 것에서 이미 맛본 것이긴 하지만 한복과 춤사위, 옛화장품과 건물들, 그리고 과연 우리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의 자연배경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주인공들의 입에서 한편의 한시처럼 흘러나오는 대사들은 이 드라마가 여타 다른 프로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요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나 양반집 자제와의 염문때문에 고통을 겪는 황진이를 가르치는 행수의 대사는 대본 서비스를 찾아보게 할 정도로 매력적이더군요.(애석하게도 제작진의 요청으로 대본서비슬 하지 않는다는군요.) 그냥 '멋있는' 대사가 아니라 실제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듯한 깊이와 내공을 지녀서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며칠전 회사 여직원들과 점심을 먹다가 어떤 사람과 결혼하는게 좋은가 하는 단골메뉴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다만 스스로를 사랑하고 행복한 사람에게는 그런 사람이 찾아올거라는 '교과서적'인 답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말이지 진심입니다. 그리고 사실이구요.

자신을 사랑하는게 당연한 듯 하지만 우리는 의외로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저만 해도 작은 키, 짧은 다리, 큰 머리, 긴 얼굴같은 외모적인 컴플렉스는 물론이고 지나치게 예민하고 소심한 성격하며 도무지 저 자신을 떳떳하게 바라본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광풍이 몰아치고 우울증이 감기처럼 번지는 현대인들을 바라보자면 비단 저만의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사랑하고 현실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 세상은 또 한번 달라집니다.

나는 나 자신을 과대평가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이기 때문에 그 존재자체로도 가치있고 소중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건 하나님이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만드시고 보내신 것이라 믿습니다. 남과 비교를 해서 꼭 우월해야만 내가 특별해지는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더구나 남에게 없는 나만의 장점을 발견하고 키우라는 말은 피터 드러커를 위시해서 이러한 조언을 담은 거의 모든 책들이 일관되게 말하는 내용입니다. 나는 그것을 발견했고 또 그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말입니다.

진정한 세계화가 자기 나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랑하게 되면서 시작된다면, 진심으로 남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 자신부터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남에게는 대단챦은 외모, 재주, 성격일지라도 나 스스로가 진심으로 만족하고 행복해할 수 있다면 '온 우주가 우리를 도울 것'이라는 '연금술사'의 말처럼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하루만큼은 거울을 보고 '네가 최고다'라고 말해줍시다.
그러면 내일 당장, 정말 그렇게 될것입니다^^



* 서원이는 사진 찍는 것을 싫어합니다. 희원이는 '매우' 좋아합니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이렇게도 다릅니다. 그래서 특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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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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