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이은영 2007. 2. 2. 21:17

위염이 도졌다.

병원에 가서 진단받고,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약을 타고, 마을버스를 타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는 길에 생협에 들러서 장을 봤다.

대강 먹을 거리를 사서,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고, 미처 장바구니를 준비하지 못해서 비닐주머니에 주섬주섬 담아서 집에 왔다.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이 한숨 자다.

서원이가 어린이집에서 올 시간이 되서, 마중나가서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점심을 준비하다. 떡국을 끓이려는데...국은 끓어가는데....장 본 비닐주머니에 계란이 없다!!!!!


이럴수가!!!!!

분명히 장 보러가서 계란을 맨처음 집어들어서, 분명히 바구니에 담았는데!!! 계산대에 올려놓을 때만 해도 분명히 바구니 맨 위에 있었는데!!!!


계란이!!! 우리 계란이가 어디로 갔나!!!

계란없는 떡국이라니!!!!

마지막으로 계란을 본 것이, 계산대위의 바구니에 있었던 모습이니까...덴장...계산하고서 비닐주머니에 안 넣었다보다. 깨질까봐 맨 나중에 넣는다는 것이, 아예 안 넣어버렸나보다.



어째저째 대강 떡국을 끓여먹고, 약을 먹으려는데...약이 없다!!!!!

약!!! 내 약!!!!

이틀만 먹으면 나을거라던 약 믿고, 떡국에 김치까지 곁들여 먹었더니, 속 아파 죽겠는데...약이 어디로 갔나!!!!


분명히 약국에서 약봉투를 받아서, 정수기에서 물 마시다가 약 봉투를 꺼내서....도로 주머니에 넣었던가...정수기에 올려놨던가....아...기억이 안난다....


.

.

.



후기....


이튿날 다시 병원에 가서 처방전을 떼서, 다시 약국에 갔다. 약국에서 약을 타서, 이틀간 열심히 약을 먹었다.


사흘째 되던 날 저녁, 약을 먹으려고 약봉투를 여는데, 헷갈리기 시작했다.

저녁 약을 먹은 거 같은데...아냐, 어제 저녁 약 먹은 기억이랑 헷갈리는 거 아냐? 아닌데, 목이 텁텁한 것이 아까 저녁 약을 먹은 거 같은데...덴장...인제 별게다 기억이 안 나누만...


할 수 없다. 약 일주일치 분을 몽땅 다 꺼내서, 지난 이틀간은 약을 빠짐없이 다 먹었다는 가정하에 남은 약봉지 수를 세기 시작했다. 헛!!! 이럴수가!!!! 내가 저녁약을 먹었나보다. 오늘 저녁치 약까지 없잖아!!! 아...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아무리 내가 정신이 없지만, 이렇게 정신이 없나....


부엌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남은 약 봉지를 요일별로 쭉 줄 세워서, 목요일, 금요일, 손가락으로 세가면서 면밀히 따져서...결론을 내렸다. 아...오늘 저녁치 약을 먹은게 확실하구나...근데, 이렇게 정신이 없을 수가 있나...


황망한 정신을 수습하면서 약봉투를 들고 일어나는데, 봉투에서 약 한봉지가 툭 떨어진다.


....오늘 저녁치 약이다.....................................!!!!!!!!!!!!!!!!!!!!!!!!!!!!!







이 무슨 메멘토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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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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