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함께 근무했던 동료 하나가 이번에 '네이버'에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눈물나게 부러운 것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그렇게 부러우면 지원하지? 그러겠지만 네이버가 어디인가.
우리나라 IT업계의 삼성이자 유일한 대기업 아니겠는가?
다음은 처우나 복지 수준이 심각하게 모자란 채 규모만 닮아 있고 SK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 말고는 죄다 망하는 서비스만 만들어내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답지 않게 아마추어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잘 아는 사람이 잘 되는 꼴을 배 아파가며 보기엔 내 나이도 작지 않다.
나만 마음 잘 먹으면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잘 되어서 나쁜 일보다는 좋은 일이 훨씬 많겠거니 하는 생각이 실제로 든다.
조금만 마음을 더 잘 먹으면 아주 신선한 자극이 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네이버'가 부럽지는 않다.
당장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고민할 것이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 거기에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네이버'가 내 인생의 목적이 된다는 건 좀 우울하다. (다행히도 그런 고민을 할 기회는 아직 주어지지 않았다^^)

남이 만들어둔 가치에 열광하고 호응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자신이 스스로 만든 가치에 흔들림 없이 당당할 수 있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나에게 실망스러운 것이 있다면 아마도 그것이리라.
남의 성공과 행복을 진정으로 빌어주기 위해서는 자신이 쫓는 가치에 대한 확신과 프라이드가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보다 훨씬 대단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 중에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을까?
(물론 앞서 말한 동료는 분명한 자기 기준을 따라 직장을 옮겼고 네이버라는 영광스런 목표를 성취했다. 그래서 진정으로 축하해주고 싶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
나의 달란트가 지금 하는 일과는 적지 않은 거리가 있다는 것도 안다.
이제 슬슬 현실에 순응하고 적당히 안주하는 동갑들이 늘어가는 시기인지라 자칫 유아스러운 생각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직 내가 할 일이 남아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길을 걸어갈 수만 있다면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큰 돈을 벌지 못해도 큰 상관이 없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은
다음날 아침을 벅차게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작은 소망을 지켜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늘 내게 주어진 일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어쩌겠는가. 이것이 현실인 것을.
땅에 발을 딛고 선다는 의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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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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