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웃음

완벽한 하루 2008. 4. 17. 23:14
퇴근하고 오니 아내가 큰 웃음을 주겠다고 나를 잡아 끈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둘째 희원이의 아랫도리를 보여준다.
첨엔 무슨 타이즈라도 신은 것인가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내가 신던 검은 양말이다.
마치 베이브 루스가 신던 야구양말처럼 짧은 내복 아래 받춰 신고 있다.
그것도 검은색으로.

젠더라는 사회적 성이 있다는 사실은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빠가 되어본 경험으로는 생물학적 성이 어느 정도 태생적인 차이를 갖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들은 기차를 좋아했고 딸은 옷을 좋아했다.
어제는 전단지에 나온 분홍색 신발을 이제 막 두돌을 맞는 희원이가 '뿌뿌'하며 손가락으로 짚어대며 엄마에게 사달라 쫓아다녔다고 하니 말이다.

어찌 되었던 내게 '큰 웃음' 선사하고자 그 현장을 고스란히 보전해준 아내에게도 고맙고
땀 뻘뻘 흘리며 검은 양말을 신은 채 잠든 딸에게도 고맙다.
그리고 퇴근 후 씻기도 전에 뻘건 장난감 도장을 벅벅 찍어대는 아들도 고맙다.

모두가 큰웃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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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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