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에 해당되는 글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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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6.11.01 어떤 동화 483
  3. 2006.10.13 은영씨 8

은영씨 안녕!

완벽한 하루 2006. 11. 4. 07:53

2년 가까이 함께 일했던 은영씨가 어제 퇴사했다. 같은 기획자로 늘 옆자리에 앉는 경우가 많았고 이름까지 와이프랑 같아서 다른 이보다 친근함이 더했던게 사실이다. 게다가 기질까지 비슷해서 어떤 일로 좋아하고 힘들어하는지를 다른 사람들보다는 더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한번은 은영씨가 나를 보고 작은 오빠처럼 여긴다는 말을 했었는데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 은영씨를 이제 더는 회사에서 볼 수가 없다.

솔직히 자리가 비어야 실감이 날 듯 하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금방 티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다음주 월요일이 되어야 종종 서운한 느낌이 들 것 같다. 송별회를 한 어제도 이게 송별회인지 그냥 가끔 있는 팀회식인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그래도 식사할때나 볼링을 칠 때의 뒷모습을 보니 쓸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몹시 서툴다. 사람들과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불편해진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간격을 두고 사람을 대한다. 그것이 내게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다니는 회사 사람들중에는 정말로 '친밀함의 대가'들이 많다. 어제만 해도 곳곳에서 서로 끌어안고 아쉬워하는 통에 괜히 내가 머쓱해진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경상도 출신이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가장 큰 지혜가 사람을 향한 친밀함의 지혜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라는 책에서 모리교수는 제자에게 아래와 같은 지혜를 조심스레 전해준다.

"미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리느냐고 물었지. 하지만 내가 이 병을 앓으며 배운 가장 큰 것을 말해줄까?"
"뭐죠?"
"사랑을 나눠주는 법과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거야."

누가 뭐래도 나는 아직 사랑에 서툴다. 그래서인지 유독 나를 찍은 사진을 보면 항상 어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전보다 몇배는 더 많이 웃고 사는 요즘이지만 내게는 아직 웃음은 훈련이 덜된 영역이다. 진정한 행복을 담은 미소를 '뒤센 미소'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러한 미소를 향한 훈련은 일상의 삶에서 진정한 기쁨을 끌어내고 또 그 기쁨을 주위사람들과 아낌없이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과정에서 나온다. 과연 얼마쯤이면 나의 웃음도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까?

은영씨는 교제하는 사람이 있다. 곧 결혼할지도 모른다. 난 이 두사람을 진정으로 아끼고 걱정하고 기도하고 있다. 그 마음밭이 고우니 그들의 삶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른 이들까지 행복하게 했으면 좋겠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아고 겨우 2년을 알아온 사람이지만 여동생처럼 생각이 나고 걱정이 될 것이다.

정말로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살 수 있는 직장과 일상과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은영씨~ 그동안 수고했어^^



* 은영씨는 모든 직원들에게 이런 선물을 남기고 갔다. '시민의 숲 지압길'을 딱 한번 같이 걸어본 기억이 있다. 몹씨 고통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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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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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동화

완벽한 하루 2006. 11. 1. 09:23

전세대출문제로 파란만장한 주말을 보낸 뒤 어제 오후쯤 해서 아내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메신저로 던져왔다.
"나랑 왜 결혼했어?"

혹 예고가 있었다 해도 어려운 질문인데 느닷없이 이 질문을 받고 나니 한동안 생각만 복잡해질 뿐 도무지 키보드를 두드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머뭇거리는건 이유가 궁해서인가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자꾸만 온전한 답은 따로 있을 듯 해서 가벼운 대답으로 넘어갈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업무시간중이라 그나마 시간을 정리할 짬도 나지 않았다. 당신은 왜 결혼했냐며 어설프게 그 순간을 넘기긴 했지만 오늘 아침까지 내내 그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왜 이 여자랑 결혼했을까?

아내를 만난건 부산에서 교회를 다닐 무렵의 청년부였다.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자칫 얘기가 길어질듯 하니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렇다. 그때 나는 교회에서 주보를 만들거나 청년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어떤 날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글을 읽게 되었다. 철도에서 하반신을 다친 새끼고양이를 어렵게 살려 키우고 있는데 그 고양이를 대신 키워줄 사람을 찾는다는 부탁이었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피투성이가 된 고양이를 동물병원까지 데려가 살려내고 돌봐줄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평생을 같이 살아도 후회가 없겠다고 말이다.

한두달 전쯤인가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당신은 어떨찌 모르나 나는 결혼하기 전보다 5배쯤은 더 행복해진 것 같다고, 당신이 변하지 않고 지금의 이 모습대로만 남아달라고 말했던 것 같다. 이 말은 정말로 진심이다.

사람과 사람이 한 지붕아래서 마음을 맞춰가며 사는게 그다지 쉽지는 않다. 그리고 우리는 성격도 스타일도 정반대의 그런 부부다. 그러나 그 다름이 이상하게 조화를 이뤄가는 경험을 종종 하곤 한다. 화내는 타이밍이 달라 좀체 크게 부딪히지 않고, 나무를 보는 아내의 지식과 숲을 바라보는 나의 지혜가 어울려 크게 어리석지 않은 결정을 그동안 내려왔다. 하나님은 그런 우리들에게 천만금보다 소중한 두 아이를 선물해주셨다.

아내는 잠들기 싫어하는 서원이에게 종종 이런 자작 동화를 들려주곤 했다.
옛날에 하나님이 정원을 산책하다가 예쁜 엄마가 아이를 달라고 조르는 기도를 들었어. 그래서 하늘나라 천사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얘기했지. 누가 저 엄마에게 가서 착하고 어여쁜 아들, 딸이 되어주겠니? 그러자 그중에 서원이라는 천사가 한손을 치켜들고 저요 저요 그랬어. 그래서 서원이가 엄마 아빠의 귀한 아들로 태어난거야.

아내와 왜 결혼했느냐고?
하나님이 어느 날 내게 와서 물었지. 누가 저 어여쁜 처녀에게 장가들어서 아름다운 가정을 만들어 행복하게 살고 싶냐고. 그때 내가 두손을 번쩍 들고 이렇게 얘기한거야.
저요! 저요!

그렇게 결혼했다고 밖에는 더 할 말이 없네...^^



* 그 천사는 현재 '질라래비 훨훨' 어린이집에서 다른 천사랑 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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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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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씨

완벽한 하루 2006. 10. 13. 18:45


2006_09_29 079, originally uploaded by parkyocheol.

와이프와 이름이 같은 은영씨가 내 바로 옆자리란 사실은 그냥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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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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