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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0 김길수의 난 9
  2. 2008.04.07 좋은 봄날의 한 때 4
  3. 2008.04.05 핸드폰을 찾아서 6
  4. 2008.04.05 어린 왕자 4
  5. 2008.04.05 금요일 밤, 그리고 토요일 새벽 6

김길수의 난

완벽한 하루 2008. 4. 10. 10:13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한동안 보지 않던 '인간극장'을 보았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에서 목수로, 그것도 모자라 아예 집을 팔아버리고 온 가족이 길 위의 삶으로 나서버린 아주 '희한하고도 독특한' 삶을 살아가는 김길수라는 사람을 만났다.

사실 이 사람의 결단은 징글징글한 밥벌이에 환멸을 느끼는 직장인들에게는 마치 오아시스, 혹은 신기루처럼 여겨지는 삶이다. 그리고 그것이 오아시스로 보이든 신기루로 보이든 매력적이기는 매 한가지여서 내가 아주 별스런 사람이 아니라면 다들 나처럼 그 이야기에 촉각을 세웠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이리라.

단순하게 보자면 TV화면을 통해 걸려 보여지는 낭만처럼 삶이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감흥은 다음날이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살 수 없는 몇 가지 절박한 이유'들에 파묻혀 버릴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사람의 삶에 흥미를 느낀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아내는 이 사람처럼 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남이 뭐라 하든 개의치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리고 그러한 용기와 자신감으로 충만한 사람이라면 굳이 이런 극단적인? 삶의 방식을 선택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3편을 TV에서 보고 1,2편을 다운받아 보았는데 정말 예사롭지 않은 분이다. 나이는 나와 동갑인데... 하는 낙담이 들만큼.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느리지만 충만한' 삶의 방식이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러한 삶의 자세가 얼마나 오랫동안 축적되었는지 말 한마디, 동작 하나 하나에서 배여 나왔다. 언제나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어떤 포스(내공)랄까?

또 한가지는 그러한 삶을 낭만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현실의 바닥으로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그의 이번 여행, 혹은 삶은 매우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된 듯 했다. 오죽하면 재봉기술까지 미리 배워뒀을까? 철없는 한 두 사람이 이런 여행을 흉내낼 수는 있겠지만 그러나 그들은 곧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것은 그냥 휴가나 여행이 아닌 탓이다. 그것도 예측했다는 듯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집을 팔아버리고 가재도구는 모두 이웃, 친척들에게 나눠줘버렸다고 한다.

이 분의  삶을 보면서 몇 가지를 배운다.

첫째는 우리의 삶이 굳이 정형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듯 학교와 직장과 결혼을 선택하고, 그 사이 사이 감내할 어려움들을 삶의 당연한 '문제'로 인식한 채 풀기는 커녕 온 몸으로 떼워가며 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아주 조금의 용기만 있다면 세상의 편견을 뒤로 한 채 자신에게 맞는 삶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분명한 철학과 누가 뭐라든 그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자존감이리라.

둘째는 준비하는 삶이다. 낭만은 현실 앞에서 매우 나약하다. 하늘 위를 나는 용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부른 돼지의 안락하고 편안한 삶을 포기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용도 먹고 살아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삶이 어떤 희생과 부족을 감내해야 하는지 분명히 안다면 그는 자신의 삶을 좀 더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김길수씨가 재봉틀을 사고 재봉기술을 배웠듯이 말이다.

나이가 한살 두살 먹을 수록 사람의 삶이 참 다양할 수 있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입학과 졸업, 취업과 결혼을 마치 삶의 공식처럼 착실히 따라온 이 후에 다시 한번 광야를 만난다. 내가 김길수 씨처럼 집을 팔고 여행을 떠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그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 하나로도 가슴이 뿌듯해짐을 느낀다.

그리고 언젠가 한번 꼭 만나 얘기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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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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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봄날,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간 직원들과 여러 얘기를 나눴지만 얘기가 계속 겉도는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어제였던가 아내가 '당신이랑 얘기하면 자주 대화가 끊기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 게 기억나서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았다.
나의 문제일까? 그 누구의 문제일까?
그것도 아니면 그저 나의 주파수가 너무 높거나 낮기 때문일까?
대상이 누구이든 내가 먼저 그와 하나가 될 수 있는 겸손과 인내가 필요한 때다.
봄날을 같이 누리는데 어떤 특별한 사람이 필요할리 만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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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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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했는데 전화가 왔다.
혹시 핸드폰을 잊어버리지 않았는가 하는 버스 기사님의 전화였다.
막 퇴근한 터라 버스에서 흘려버린 줄도 모르고 멍하니 받았다가 설명을 듣고서야 상황을 파악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다시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버스 사무소의 소장님쯤 되는 분이었다.
일찌기 핸드폰을 잃어버리고 이렇게 전 직원이 남의 핸드폰을 찾아주기 위해 새벽같이 전화하는 경우는 처음 보았다. 그래서 토요일 오후 핸드폰을 찾아가는 긴 여행이 시작되었다.

집은 분당이고 내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버스는 용인 어디쯤엔가 있는 강남대 근처에 종점이 있다고 했다.
대충 스무 정류장이 훨씬 넘는 먼 길처럼 보였다.
사실 핸드폰은 수명의 거의 끄트막에 다다른 낡은 폰이지만 그 친절이 고마워서라도 찾아가지 않을 수가 없다.
은근히 잃어버리고 새 핸드폰을 장만하고 싶은 욕심을 가졌던 내가 부끄러웠다.
그리고 늘 타고 다니긴 했어도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그 버스의 종점을 막 다녀왔다.

무슨 시외버스를 타고 시골 장터를 나들이하는 기분으로 그 종점에 도착했을 때
세련된 광역버스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고 허름한 2002번 버스 사무소에서 소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자물쇠까지 채워둔 서랍에서 충전까지 해둔 내 핸드폰을 다시 만났다.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아주기 위해서 남의 핸드폰을 충전까지 해두다니...
작은 감동이었다.
언젠가는 위치추적까지 해서 찾아간 사무실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경험도 있는 나로써는 작은 충격이었다.

워낙 외진 곳을 찾아가느라 음료수 하나 챙기지 못한 나를 아내가 야단친다.
다음주 토요일에는 일찌감치 작은 성의를 담아 그 종점을 한번 더 다녀와야겠다.
그리고 웬만하면 2002번, 2002-1번 버스를 애용해야겠다.
그곳에 가면 웬지 흘려버린 내 마음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황금같은 토요일 오후를 핸드폰 되찾으려 다니느라 다 흘려버렸어도 전혀 속상하지가 않다.

이래서 아직 살만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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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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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완벽한 하루 2008. 4. 5. 00:55
어린 왕자는 어리지 않다.
그러나 최근 나는 내 속에 숨어 있었던, 혹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진짜 어린, 어린 왕자를 자주 만났다.
힘들다고 화내고,
성에 안 찬다고 화내고,
자기 뜻과 다르다고 화내고,
서른 하고도 절반을 넘긴 나이에 해 놓은 것도, 해 낼 자신도 잃어버리는 아주 '어린' 나를 만났다.
그리고 그러한 경험한 언제고 당황스럽다.
불쾌하고 언쨚고 화가 난다.

좀 더 나은 나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진실을 보기 어렵게 만든다.
하나님은 이런 나도 사랑하신다는데 정작 내가 나를 불편해 한다.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언제나 변화의 시작은 사실을 직시 하는데서 오는 법.
무엇을 지켜야 어른이 된다기보다는
어른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지킬 수 있기를 원한다.
나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뽐내다 몸에 맞지 않는 바지가 내려가버리는 황망한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는 '진짜 나'를 만나야 한다.

의도하지 않게 어렵고 체하는 글쓰기가 되어 버렸다.
이것도 '어리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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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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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지 하는 일 없이 설레이는
혹은 설레어서 하는 일을 정하지 못하는 금요일 밤, 그리고 토요일 새벽이다.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고는 하나 중이 제머리 못 깍아서인지 자주 가는 사이트는 많지 않다.
뉴스, 책 관련 사이트, 그리고 몇몇 블로거들...
영화를 보자니 검증되지 않은 작품에 황금같은 몇 시간을 쏟아붓기 아깝고,
그렇게 망설이다 새벽 한두시가 되면 마음에 쫓겨 잠이 든다.
때로는 일하는 법만큼이나 노는 법도 어렵다.

그러나 언제고 실망하지 않은 확실한 놀이법이 있는데
그것은 이렇게 글을 쓰는 일이다.
어깨에 힘을 빼고 글을 써보려고 한다.
한 1년간 너무 강렬한 가르침에 눌려 내 소리를 잃어버렸다.
귀한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내 마음 흐르는 대로 써보고 싶다.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 애써 배우려고도 하지 않는 그런... 글쓰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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