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이은영 2008. 9. 24. 17:04
진부하지만, 굉장한 소재. '행복...'
 
EBS에서 피지 주민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프로그램을 봤다.
어떻게 살아가겠다는 계획도 없어 보이고, 대책도 없어 보이고, 뭘 해보고 싶다는 포부도 딱히 없어 보이고...시야에 존재하는 옆 집 사람들도 나와 거진 비슷비슷한 형편으로 살아가니 상대적 박탈감도 없고...그렇다고, 무기력하거나, 우울해 보이지도 않는 희한한 사람들.
 
피지 원주민 아주머니가 뻘밭에 나가 한나절 열심히 뻘을 파헤쳐서 게를 두어마리 잡았다.
게를 잡아서 하루 벌어서 하루를 살아낸다 했다. 

아주머니는 나무 껍질로 게를 둘둘 말아서, 길가로 나가더니 마냥 게를 들고서 서 있는다.
그렇게 서 있으니 지나가던 차들이 서서 흥정에 들어간다. 딱히 가격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니, 완전 파는 사람 마음이다.

첫번째 차가 멈췄다. 근사해 보이는 차다.
흥정을 하던 아주머니는 200피지 달러는 받아야 겠다며 딱지를 놨다.
두번째인가, 세번째 흥정에서 "친구집에 가야되는데 아무 것도 준비를 못했다"며 허름한 차에서 내린 남자에게 그냥 120피지 달러에 팔아버린다. (피지에서는 초대받았을 때, 뭔가 선물을 준비해 가야 된단다.)
그러면서 "오늘 흥정은 정말 잘 됐다. 행복하다"며 뒤돌아서서, 그 커다란 엉덩이를 흔들며 흔들흔들 집으로 간다.

카메라 맨이, 아까 흥정보다 훨씬 싸게 팔지 않았냐"고 의아해 하니,
"정말 필요한 사람이 게를 가져갔고, 나도 필요한 사람에게 팔아서 행복하다."고 대답해주시는 철학자 아줌마.
"당신도 행복하라"며 카메라 맨에게 덕담을 잃지 않으시는 센스. 
"Happy. I'm very happy~~~~"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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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으로, 마트에서 특가세일하는 꽃게 사다가 탕 끓여먹다.
기대이상으로 싱싱하고 맛난 녀석들, 가족들이 맛나게 먹는 모습에 행복해지다.
 
"Happy. I'm very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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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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