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공병호씨의 '자기경영노트'라는 책을 한시간만에 읽었다. 역시 두번째 읽는 것이 쉽기도 하지만 책의 깊이에 대해서는 다소 아쉽기도 했다. 핵심만 전달하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되었든 처음 읽었을때보다는 그 책이 말하는 바에 훨씬 다가서 있음에 대해서 하나님께 감사드렸다.

지난주는 몹시 바쁘게 지냈다. 추석을 사흘앞두고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1년전 진단을 받으셨을때부터 예고된 죽음이었으나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친지,가족에게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웬지 나는 슬프지 않았다. 내 감정의 메마름때문인지 천국에 대한 확신때문이었은지 잘 모르겠다.

몇달전 작은아버지와 그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그 후로 작은아버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교회에 종종 나가신 모양이다. 작은 아버지는 특히 신명기 30장을 좋아하셨다고 하는데 영정사진 앞에 몇번이나 둘러친 동그라미가 그 말씀을 감싸고 있었다.

'너와 제 자손이 네 하나님 여호와께로 돌아와 내가 오늘날 네게 명한 것을 온전히 따라서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여 여호와의 말씀을 순종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마음을 돌이키시고 너를 긍휼이 여기사 네 포로를 돌리시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를 흩으신 그 모든 백성 중에서 너를 모으시리니...'

작은 아버지의 딸 사촌 소영이가 마치 이 말씀이 아버지의 유언같다며 웃어주었다. 내게도 그렇게 들렸다. 마치 작은 아버지가 사촌동생들을 부탁한다는 의미로 다가왔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지나간 추석연휴다. 서원이와 놀이터에 놀러갈때면 으례 구본형씨의 '나, 구본형의 변화이야기'를 들고 갔다. 유감스럽게도 장례식장에서도 '성공하는 기업들의 8가지 습관'을 계속 들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그리 잘한 행동같지가 않다. 절제가 필요하다. 그때는 분명 작은아버지를 생각하며 추모하는 것이 옳았다. 마음이 흐르는대로 움직일 자유와 다른 사람을 배려할 절제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구본형씨의 책을 두번째 읽노라니 다소 지겹다는 생각도 들고 또 그 글의 깊이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나이 마흔이 되면 저런 생각의 깊이에 도달할 수 있을까? 내가 더 깊이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마흔이 되지 못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세월의 깊이는 지식의 넓이로 다다를 수 있는게 아닌지도 모른다. 서른 아홉의 지식이 마흔의 지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흔은 마흔대로의 주어지는 깨달음을 누릴 권리가 있는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아침 간만의 출근이다.
오늘도 변함없이 5시 조금 넘어서 일어났지만 뭘 먼저 해야 될지 몰라 허둥대며 보냈다. 헨리 나우웬의 '안식의 여정'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의 삶을 따라가노라면 일상의 소소한 일에서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여유와 지혜를 배우게 된다. 누가 그 책을 죽기 1년전의 기록이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커피 한잔을 다 마시지 못하고 아랫배가 살짝 불편해진다. 이제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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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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