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파티시에, 프랑스 요리의 왕 - 앙토넹 카렘 평전
원제 Cooking for Kings (2003)

이안 켈리/ 채은진
말글빛냄

애초에 전쟁역사에 관련된 책을 중점적으로 헌팅하고 싶었다.
그래서 역사 관련 책 코너에 갔다가 특이한 책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바로 '앙토넹 카렘 평전'...

요리하면 프랑스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요즘 분위기에서 그 프랑스에서조차 이토록 추앙받는 인물의 면면이 갑자기 궁금해졌다. 최근 들어 '말글빛냄'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출판사의 이런 역사관련 전문서적을 계속 출판하고 있는 중이다. 몇주전 '로마전쟁영웅사'인가 하는 책을 읽은 기억이 있어서 기본적인 신뢰를 가지고 책을 잡았다.

이 사람의 유일한 초상화를 보고 있노라면 프랑스 사람치고는 굉장히 동양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그 시작부터 그의 마지막 만찬 준비를 세밀화 그리듯이 생생히 그려내고 있다. 무려 열몇시간을, 때로는 80시간을 쉬지 않고 준비해야 하는 귀족들을 위한 만찬 준비... 특히 그의 주특기였던 디저트를 준비하는 장면은 가히 '대장금'을 연상케 한다^^ 설탕을 녹여 신전 모양의 디저트를 만들어내는 그의 신기에 가까운 솜씨를 나와 함께 그 주변의 인물들이 침을 삼키며 바라보고 있다.그 모양은 이 요리사가 다른 이들이 그린 삽화에 생생히 그려져 있다. 진정한 장인이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그의 모든 것을 그가 하는 일에 쏟아붇는다.

그러나 그런 그의 열정은 그의 몸을 갉아먹고 있었다. 당시의 프랑스 요리는 대부분 숯불을 사용했던 터라 그와 같은 요리사들은 말년에 그 후유증으로 죽어갔다. 책 첫부분의 만찬을 마지막으로 그는 50이 안되는 일기로 그의 생을 마친다. 오직 한장의 편지와 그의 책들만을 남긴채...

몇백명의 만찬을 준비하는 과정이 쉬울리는 없다. 특히 궁정이나 귀족들의 요리준비야 오죽하겠는가. 실제로 앙토넹은 알렉산더 황제를 위한 연회를 준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명성을 얻기 위해서 그는 거의 편집증에 가까운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야 했으며 결혼생활도 평탄하지 못했다. 끝없는 스트레스로 인해 그의 삶이 얼마나 녹아들고 있었는지도 이 책을 조금만 읽어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성공에 대한 열정은 그 모습만 달리 했다 뿐이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성공을 진정한 성공이라 할 수 있을까? 책을 남기고 이름을 남긴다 해도 말이다...


식도락여행 - 세계사의 주요 장면들과 함께 읽는 150가지 요리 이야기
원제 Zu Gast bei Kleopatra und Robin Hood (2003)
베르너 펠트만, 한스 페터 폰 페슈케/ 이기숙
이마고

이 책의 탄력을 받아 눈의 띄는 책을 한권 골랐다.

'세계사의 주요 장면들과 함께 읽는 150가지 요리 이야기'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식도락 여행'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구성이 특이하다. 현실을 기초로 한 가상의 일화가 각 장의 첫부분에 소개되고 뒤를 이어 그 당시의 요리와 요리법이 비교적 자세히 소개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 당시의 시대상과 요리문화를 간단하게 요약 설명해 준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식문화의 역사에 대해 단편적이지만 신기한 상식들을 알려준다. 당대 최고의 식문화를 주도했던 솔로몬왕과 시바여왕의 식사모습이 메뉴와 함께 자세히 소개된다. 기억나는 건 무화과 절임 요리 정도? 게다가 로마의 병정들은 매일 1Kg의 곡물을 받아 그 곡물을 굽거나 빻아서 죽으로 먹는게 식사의 전부였다고 한다. 정복전쟁이 길어지면서 비로소 고기맛을 볼 수 있었다니 내 예상과는 크게 다른 사실이다. 또한 고대 그리스에서도 거의 대부분이 곡물요리였으며 당대의 정치가들의 음식 역시 놀라울 정도로 검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서양요리는 이슬람세계와의 충돌을 통해서 눈을 뜨게 된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프랑스의 요리의 발전은 프랑스 공주? 혹은 귀족이 데려온 이태리 요리사들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태리의 요리는 활발한 무역덕으로 유입된 아랍권 향신료로 인해 그 발전이 시작되었다고 말해준다.

세계사의 흐름을 요리 한가지를 가지고도 이렇게 자세히 파헤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문화의 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크게 달라졌던 요리문화를 파헤치다보면 단순한 재미 이상의 교훈도 얻게 된다. 그래서 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사는 '당신의 무엇을 먹는가를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게 해주겠다'라는 교만한 메시지를 남겼던 것일까?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프랭클린 포어 (지은이), 안명희 (옮긴이) | 말글빛냄

마지막으로 본 책은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라는 책이다.

이 책은 축구를 통해 세계의 다양한 문화적 양상 내지는 정치적 역학관계까지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관심있는 미국과 유대인에 관련된 두 챕터를 읽었다.

전 세계인의 스포츠로 불리는 축구, 그러나 유독 미국에서만은 그 인기가 미식축구나 야구, 농구에 비해 떨어진다. 왜 그럴까?
그것은 미국의 '미국이 아닌 세계'에 대한 경계심의 발로라고 저자는 말한다. 세계의 경찰국가를 자임하는 미국이 스포츠를 통해서 보이는 편견은 놀라울 정도다. 연예인과 언론인들조차도 축구에 관한 그들의 비하를 숨기지 않는다. 사실 911 테러나 그에 대응하는 미국의 반을 보자면 이것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것은 오히려 고소득 지식층에서 더 축구를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주말 TV앞에 앉아 미식축구를 보는 보통이 미국사람들에게 축구는 자신들의 마지막 자존심인 미국적인 스포츠를 위협하는 존재일 뿐이다. 그들은 오히려 이런 식의 세계화를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흠칫 놀란다.

편협한 책읽기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책들을 읽으려 애쓰는 과정에 있지만 그 재미가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는 요리에 통달한 사람은 경영학에 통달한 사람과도 쉽게 얘기가 통하리라 생각한다. 그 방법만 다르지 그들의 일의 정점에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사람을 생각하는 경영, 사람을 위하는 요리...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사람에게 만족감과 행복을 선사하는 것...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그런 일인지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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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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