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타스씨, ‘네이버 라이브러리’에 가다 - UB 탐방 시리즈 #1.]

Author : 박요철 / Date : 2014.02.24 16:17 / Category : 브랜드


약 1 년전, 처음으로 네이버 도서관을 찾았을 때 느낀 감정은 단연 부러움이었다. 햇빛을 따라 조용히 움직이는 녹색 블라인드가 수백 평의 드넓은 공간에 시시각각 다른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안식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부러운 마음이 가득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최근 리뉴얼을 마친 ‘네이버 라이브러리’를 다시 찾았을 때 ‘더 이상 좋아질 무엇’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그날 오후 네이버 라이브러리에서의 하루는 공간이 사람을 어떻게 배려하고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한 기존의 생각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다음의 인터뷰는 그 ‘좋아진 무엇’에 관한 이야기다.

 

- The Interviewed with 네이버 CX 브랜딩팀 강새봄 수석 마케터, 오인숙 선임 마케터 

 

 

Q. 네이버 도서관을 연 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 다시 만든 이유가 뭔가?

 

네이버는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가 아니다.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블로그를 만드는 건 네이버지만 그 나머지 절반을 컨텐츠로 채우는 건 사용자다. 그래서 사용자의 본질, 즉 사람을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 서비스의 형태와 디바이스는 달라지지만 사람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먼저는 직원과 지역사회를 위한 서비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 행동의 본질을 찾아 서비스에 적용하고 싶었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다시 말하지만 네이버는 사용자 경험, 즉 UX를 고민하는 회사다. 사용자의 필요가 잘 반영된 도서관과 서가를 직원과 지역주민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었다. 검색이나 '네이버 캐스트'와 같은 서비스들을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보여준다는 컨셉이다. 그래서 크게 매거진과 디자인, 백과사전이라는 세 개의 테마를 잡고 각각에 맞는 공간을 별도로 구성했다.

 

매거진은 따뜻한 햇볕이 내리쬐는 가로수길을 걸으며 쉽게 보기 힘든 잡지들을 발견하는 기쁨을, 디자인 테마는 생화가 심어진 책의 숲을 미로처럼 드나들며 자유롭게 인사이트를 얻는 것이 컨셉이다. 백과사전 코너는 다락방 깊숙한 곳에서 좋아하는 책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Q. 이러한 시도가 필요한 시장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3년 전만 해도 네이버 캐스트와 같은 서비스에 사람들이 반응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깊은 호흡의 잘 만들어진 컨텐츠에도 니즈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예, 스포츠 뉴스나 '오늘의 유머'와 같은 서비스에 열광하는 사람도 있지만, 음악이나 웹툰처럼 특정 영역에 미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만든 전문적인 컨텐츠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가장 먼저 이러한 변화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출퇴근이나 점심시간처럼 직원들이 가장 가깝게 접할 수 있는 네이버 도서관을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Q. 일종의 내부 브랜딩처럼 들린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혹 있었나?

 

내가 속한 CX팀에서 '키카드(key card)'라는 것을 만든 적이 있었다. 네이버가 원하는 인재상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직원들 각자가 상사와 동료, 부하 직원들을 리뷰했다. 경영자가 탑다운의 방식으로 점수를 매기는 평가가 아니라 '너는 이 점이 좋고, 저 사람은 이 점이 좋다'라는 식으로 서술하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나온 몇만 개의 리뷰들을 마흔여섯 개의 키워드로 다시 정리했다. 자연스럽게 네이버의 구성원들이 지향하는 인재상을 찾을 수 있었다.

 

이처럼 사람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면 이를 활용한 서비스는 물론 채용과 같은 인사 방식에까지 적용할 수 있다. 가장 네이버다운 사람에 대한 기준이 있다면 이런 사람을 뽑기가 한결 쉬울 것이다. 결과적으로 네이버다운 사람이 네이버다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네이버다운'게 무어라 생각하나?

 

네이버는 24시간 계속되는 온라인 서비스다. 사용자의 니즈도, 그에 따른 시장 변화도 빠를 수밖에 없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 스토리처럼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들이 쉴새 없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조직개편이 계속되다 보니 직원들이 짐을 풀지 않을 정도다. 모든 사무 가구들에 바퀴가 달려있고, 심지어 임원들의 방도 손쉽게 뜯거나 옮길 수 있게 되어 있다. 심지어 빌딩 한 층의 구조가 통째로 바뀌기도 한다.

 

그리고 수시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 전체가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 상호 간의 커뮤니케이션도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많다. 따라서 빠르지만(speedy) 유연하게(flexible) 남다르게(smart) 일할 수 있어야 한다. 서비스로서의 네이버가 아닌 네이버를 만드는 사람과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세 단어가 네이버다움이 아닐까 싶다.

 

Q. 네이버 라이브러리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뭐였나?

 

도서관을 찾아 꼬박 이틀 동안을 사람들의 행동을 지켜봤다. 일부러 노트북도 가져가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사람마다 책을 고르고 보는 방식이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인문학책을 보는 사람들은 원하는 책을 발견하면 자리로 가져가 숙독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디자이너들은 찾는 책도 다양할뿐더러 그 책들을 바로 자리로 가져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펼쳐보는 경우가 많았다.

 

네이버 라이브러리의 공간과 인테리어는 모두 이런 사용자 관찰의 결과를 바탕으로 디자인되었다. 만약 예쁘고 멋지게 지으려고 했다면 오히려 더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을 관찰하고 그에 맞는 디자인을 고민하는 게 결과적으로 훨씬 쉽고 효과적이었다.

 

Q. 그러한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나?

 

도서관을 가장 일찍 찾고 오래 이용하는 사람들은 책을 보는 사람이 아니라 공부하는 학생들이다. 원래의 취지와 다른 사용자들이지만 이들의 출입이나 공부를 막을 순 없는 일 아닌가. 그래서 자연스럽게 사용자의 패턴을 바꾸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예를 들어 탁자를 책 한 권만 겨우 놓을 수 있을 정도의 작은 크기로 만들었다. 책 읽기에는 불편함이 없지만 여러 권의 책을 펼쳐놓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곳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디자이너들이 여러 권의 책을 이동하면서 고를 수 있도록 북카트를 만들고, 큰 책을 굳이 자리로 가져가지 않고 펼쳐볼 수 있도록 책장 사이에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다. 원래의 목적에 맞는 필요는 살리되 불필요한 행동은 가구와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한 것이다. 진정한 UX 디자인을 현장에서 배운 셈이다.

 

Q. 넛지를 연상시킨다. 스마트하다.

 

얼마 전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라는 다큐멘터리를 함께 보고 팀원들과 갑론을박이 있었다. 다큐의 내용은 질문이 사라진 대학 문화였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의문도 들었다. 질문하지 않는 것이 꼭 나쁜가 하는 거였다. 동양은 어떤 질문에 대해 바로 답하지 않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하는 교육방식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문답이다. 하지만 서양은 치열한 논쟁을 통해 답을 찾는 문화가 뿌리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지금 네이버와 라인을 위한 연수원을 짓고 있는데 이곳에 '비우는 공간'과 '채우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인위적인 강제 없이 도서관 문화를 바꾼 것처럼 직원들을 교육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사용자의 경험, 사람의 행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공간의 배치와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에 응용할 생각이다. 이게 네이버답게 일하는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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