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독한 감기를 제대로 만났습니다. 기침 좀 하다가 말겠거니 했는데 웬걸 점점 더 심해지더니 급기야 병원 신세를 져야 했습니다. 1년동안 준비해 오던 서비스의 런칭과 이사로 인한 짐정리, 누수 문제로 인한 마음 고생등이 겹쳐서 이번 한 주는 제법 험난했던 날들로 기억되겠네요. 지금도 목이 아파서 침을 넘기기 힘든 정도이지만 다행히 머리는 매우 맑아 다행입니다^^

의사인 친구의 말을 들어보니 실제로 완치할 수 있는 병은 몇 가지 안된다고 하는군요. 감기도 마찬가지여서 증상을 완화시켜줄 뿐이지 실제로 병균과 싸워 이기는 것은 우리 몸이 간직한 고유의 자생력에서 기인한다고 합니다. 아프다는 건 제 몸의 항체들이 병원균과 싸워 이기는 과정이 되겠고 기침, 콧물, 가래, 고통등은 그 과정이 남긴 아픔이나 상처쯤이 될 것 같습니다. 제 평생에 이렇게 독한 감기는 정말이지 처음 걸려 봅니다. 저 뿐 아니라 회사 사람들에 가족들까지 이만 저만한 고생이 아닙니다.

어제는 목이 아픈데다 식욕이 떨어져 아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닭요리를 많이 먹지 못했습니다. 그걸 보기가 안스러웠는지 아내는 편의점까지 다녀와서 스프를 끓여줍니다. 지쳐서 잠이 들려니 기어이 깨워서 물 한잔을 마시게 합니다. 작은 배려이지만, 남도 아닌 아내가 하는 일이지만 고맙습니다. 행복이나 감사는 언제나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게 시작됨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됩니다. 로또나 판교같은 것만이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건 아니니까요.

이런 저런 일들로 제가 꿈꾸던 깔끔한 한주에 대한 소망은 놓쳐버렸습니다. 어렵게 일어나 멍한 가운데 하루를 보내다보니 읽은 책도 거의 없군요. 출퇴근 시간에도 책만 잡으면 졸음이 쏟아져 펴들고 자버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역시 육체가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한 법인네요. 혹시 내가 스스로 짜놓은 그물에 걸려 헤맨 것은 아닌지도 고민해봤습니다. 진정한 삶의 변화는 억지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내가 알아채지도 못할 만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법인데 말입니다.

오늘 하루를 다시 열심히 살아봐야겠습니다. 내게 할 일이 있다는 것, 사랑하고 섬길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하루입니다. 이번 주에 읽었던 어떤 책 중에 메릴 스트립의 이 말이 생각나네요.
"인생은 대학생활 같은 건 줄 알았어요. 하지만 알고보니 고등학교와 같더군요"

그네들의 고등학교와 대학생활이 우리와 많이 다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분이 말한 고등학교 생활이란 대학생활과 같이 꽉 짜여진 커리큘럼이나 낭만같은 건 덜해도 사람이 사람이 만나 우악스럽게 부딪히는 번잡스러워 보이는 삶이 오히려 '인생'이란 것과 닮았다고 얘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삶 속에서 나는 또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정말이지 기대됩니다^^

* 다행히 이 둘의 사이는 매우 좋습니다. 금슬? 좋은 오누이 사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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