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내려놓음

책읽기 2007. 12. 10. 21:33
더 내려놓음 - 10점
이용규 지음/규장(규장문화사)


오늘 점심 무렵에 다섯살배기 아들 서원이가 내게 전화를 했다. 전화의 요지인즉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집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 혼자 다녀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직접 초콜릿을 샀으니 오늘은 간식을 사오지 않아도 된다며 친절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아이를 가진 엄마, 아빠라면 이 전화를 받고 내가 얼마나 흐뭇하고 행복했을지 상상이 가리라.

내려놓음의 두 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이용교 선교사님이 하나님과 바로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몇 년간 칩거하며 책 속에서 화석화된 하나님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몽골과 한국, 때로는 미국과 남미를 오가며 나눈 하나님의 대화집이 바로 이 책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든다.
'어떻게 하면 나도 이렇게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저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십자가를 경험하라'고...

내 것을 내려놓을 때 하나님으로 채워진다는 말은 내가 주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으면 주께서 내 안에서 다시 사신다는 진리를 좀 더 쉬운 표현으로 설명한 것일 따름이다. 43p.

이 책이 말하는 '내려놓음'의 의미가 다른 종교의 '무소유' 내지는 '비움'과 다른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 십자가에 대신 못박히셨다는 사실을 마치 오늘 내게 일어난 일처럼 생생하게 믿고, 그 믿음을 근거로 내 속의 자아가 철저히 죽는 과정이 '내려놓음'이다. 나의 욕심이나 내가 가진 몇가지 세상 것들을 주섬 주섬 꺼내놓는 것이 '내려놓음'이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자아를 실현하며 내가 하고 있는 일, 맡은 자리를 통해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으려는, 세상적으로는 아주 당연해보이는 그 본능을 그 뿌리채 뽑아버리는 것, 그것이 이 책이 말하는 '내려놓음'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얼마 안되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먼지같이 무의미할 수 있는 우리의 짧은 삶이 그 때부터 하나님이 이루시는 놀라운 역사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굳이 '하버드'를 나오지 않아도, '몽골'로 선교를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왜 당신의 삶이 그렇게 힘든가? 왜 그렇게 자기자신과 화해할 수 없는가? 하나님이 주인이 되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주인이라고 말하면서 어느새 다른 것을 우리의 삶 가운데 올려놓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94p.

삶의 곤란한 순간순간에서 선교사님은 마치 어린 아이처럼, 때로는 백치처럼 하나님께 묻는다. 그리고 하나님은 그 때마다 놀랍게 대답하신다. 우리가 바라보기에는 기적처럼 보이는 일도 이들 사이에서는 일상처럼 흔하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모른다면야 놀라울 것도 없지만, 이 모든 일이 성경에 약속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마음이 뛰지 않는다면 스스로 물어보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과연 하나님을 아는 크리스천이 맞는가 하고 말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게는 욕심이 있다. 책 속의 이야기는 나와 내 하나님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와 그의 하나님의 이야기이다. 그 두 하나님이 다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책 속의 선교사님이 누렸던 그 하나님을 나도 만나고 싶고 경험해보고 싶고 또 더 누리고 싶다는 말이다.

하나님과의 교제가 깊어질수록 하나님의 뜻과 내 뜻은 하나로 합해진다. 예수님의 뜻이 하나님의 뜻과 합한 것처럼 내 뜻과 하나님의 뜻이 합일하는 것이다.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것이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이 된다. 예수님께서 내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요 4:34)이 바로 이것이다. 233p.

우리의 삶이 가장 가치 있어지는 때는 예수님처럼 이 땅에 온 목적대로 사는 삶을 살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 목적은 하나님과의 충분한 교제를 통해서만 주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더 내려놓아야 하고 하나님을 만나야만 하며 그 음성을 듣고 순종해야 한다. 그것은 이미 성경에서 수도 없이 반복되어진 분명한 약속이고 오늘을 사는 선교사님 한 분이 책 한권 가득히 써놓은 이야기이며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이야기이다.
나라고 우리라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말란 법은 또 무어란 말인가?
이 책은 그 거룩한 욕심에로의 동참을 요구하는 가슴 뛰는 초대장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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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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