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력 41개월하고도 11일

주호에 이어, 찬주도 지난 주말에 죽전으로 이사를 갔다. 결정적으로 찬주 자전거도 같이 갔다...

서원이가 동네서 타고 놀 거리가 없어졌다......(자전거 사줄려고, 웹쇼핑만 하기를 어언 이주일째...ㅎㅎㅎ)

할 수 없이, 등산을 했다.

산 속으로 5분만 들어가면, 울창한 나뭇잎들 사이로 가을 햇살이 스며들고, 여름과는 또다른 나무들의 향이 콧 속으로, 피부로, 가슴속으로 젖어든다. 새소리와, 알토란같이 잘 자라준 아들이 조근조근 떠드는 소리가 어우러져서 그야말로....끝내주는 가을 풍경이 된다.

가을 초입을 이보다 더 누릴 수 있는 곳이 있을까...하며 향기로움을 맛보고 있는데, 아들놈이 조근조근 속삭인다.

"엄마, 똥이 마려워요."

"헛뜨...서원아, 좀 참을 수 있겠어? 집에 가서 누자."

"응"

열심히 뛰어내려 가다시피 해서 하산하다가, 몇 발자국 못가서 아들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친다.

"엄마, 똥이 나올라고 해요."

흐미....

결국 등산로에서 벗어난, 으슥한 곳으로 가서 응아를 시원하게 보신 서원군.

...........그런데...휴지가 없다.......

주머니에는 이럴 때 아무 쓸모짝에도 없는 휴대폰만이 들어있다. 그렇다고, 집에서 갓난쟁이 안고 있는 영감에게 산으로 휴지 들고오라고 전화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폰으로 똥꼬를 닦아줄 수도 없고...

.

.

.

미혼일 때, 엄마가 되기전에...

가끔, 길거리에서 아이들 쉬를 보게하거나, 떼쓰고 우는 애들 질질 끌고다니거나, 사흘 동안 피죽 한 그릇 못 얻어먹은 꿰죄죄한 몰골로 돌아다니는 엄마들을 보면...왜 저러고 다니나...했었다.

그런데...내가 요즘 그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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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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