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산책

완벽한 하루 2006. 3. 3. 13:30

특별히 점심약속이 없는 날에는
도시락을 먹고 근처 시민의 숲으로 산책을 간다.
회사를 나서면 대략 12시 반 정도...
그때부터 30여분동안 나만의 산책이 시작된다.

전에는 목사님 설교를 듣기도 하고 음악도 들었지만
지금은 완전한 고요를 즐기려 애쓴다.
숲과 나무들, 새와 동물들...
간간히 들여다보는 나무안내판은 대부분 낯설다.
까치가 대부분인 시민의 숲에 종종 박새로 추측되는 조그만 새들이 무리를 지어 파닥거리며 날아다닌다.
이 숲을 지키는 유일한 동물은(내가 발견하기로) 청솔모...
생긴 모습도 성격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이들이 '살고 있다'는게 중요하다.

볕이 가득한 여의천 주변을 거닐때가 가장 좋다.
이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한 때를 나혼자 누릴 수 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생각을 멈추고 싶을 때가 많다.
너무 많은 생각이 나의 평안을 앗아가는 것 같아 생각을 멈추고 또 멈춘다.

기도하고 싶어진다.
걸으면서 말씀을 읽을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그래서 이제는 암송을 하기로 했다.
시편1편, 23편, 121편...
말씀이 기도가 되고
내가 기도가 되고
하나님속의 내가 참으로 자유로워지는
그런 산책을 하고 싶다.

하루를 누릴 수 없다는 건 비극이다.
순간을 즐길 수 없다는 것은
만끽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생각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비극이다.

하루를 제대로 살 수 있다면 평생을 그리 살 수 있다
진정으로 그렇게 나는 믿는다.

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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