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력 44개월하고도 일주일





  예전에, 잡지에서 유명한 어떤 서양인이 젓가락 예찬론을 적어놓은 걸 본 적이 있다. 자기네들은 포크로 야만스럽게 찍어대고, 나이프로 갈갈이 찢어놓지만, 동양의 젓가락은 섬세하게 음식을 살짝 집어올려서 먹으니 얼마나 자기네들보다 훌륭한 문화인가 뭐 그런 내용이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양인들의 심성이 온화하고 따뜻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읽으면서, 별걸 다 예찬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린이집 갔다와서 간식 잘 먹고, 잘 놀다가 장난 끝에 포크를 엄마한테 휘두른 서원군.


엄마 "서원아, 포크 밥상에 내려놔."

서원 (금새 울먹울먹..휘두른 시늉만 낸건데...진짜 휘두를려고 한 것도 아닌데...엄마 너무해...)

엄마 "박서원, 포크 밥상에 내려놓으라니까."

서원 (포크를 꼭 쥐고) "싫여!!!!"

엄마  "박서원!!! 말 안들을래!!!!"

서원  "엄마 나빠!!!"


엄마 승질 뻔히 알면서 건드린 서원군...하마터면 맴매 맞을뻔하다. 훌쩍이고 서 있는 아들놈이 안되서, 귀찮지만...(사실, 엄마는 늦은 점심 식사 중이었다. 입맛이 없어서 무지하게 배 고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허기가 질 때쯤 먹어야 그나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그렇게 밥 먹는 중인 엄마를 건드렸으니...불쌍한 서원...)


안아주고서 조근조근 가르치다.


엄마  "서원아, 포크 그렇게 휘두르다가 찔리면 사람 다쳐, 이것봐 포크 끝이 뾰족하지?

         여기 찔리면 무지하게 아프단 말야."

서원  (아직 울먹울먹..)

엄마   "다음부터는 장난이라도 사람한테는 포크 휘두르지마. 포크로는 이런 반찬 콕 찍어

         먹는거야. 알았어?"

서원   "응..."

엄마   "그래, 이제 뭐 반찬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찍어먹어."

서원   (다시 울먹울먹...)

엄마    "왜?"

서원   "포크로 찍으면 반찬이 아프잖아...."





..................그 서양인 말이 맞았단 말인가......................................................................



결국 서원군. 반찬이 아플까봐,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올려서 잡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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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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