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이야기'라는 책이 있다.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 책의 주인공은 역시 두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비오는 어느 날 아침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조각을 발견한다. 그리고 이 구름조각으로 엄마에게 빵을 만들어달래서 그 빵을 먹고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 아이들의 임무는 아침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간 아빠에게 구름빵을 전달해주는 것이다. 이윽고 아빠는 비오는 날 아침의 피곤한 출근버스속에서 아이들이 전해준 '구름빵'을 통해서 구원을 얻는다. 아빠도 구름빵을 먹고 하늘을 날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훨씬 여유롭게 출근해서 하루를 준비하는 아빠를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야기는 이게 전부다.

아이들은 이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구름빵에 열광했다. 그래서 이 책은 대만과 일본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책을 읽어주면서 정작 나도 가슴 뛰는 느낌을 받았음을 고백해야겠다. 하늘을 날고 싶었냐고? 나는 땅을 밟고 살아가는 것이 좋지 하늘을 나는 법은 울렁증이 나서 싫다. 하긴 그 편리함을 생각해보니 싫다기 보다는 간절하지 않다는 편이 맞겠다. 아무튼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게된 이유는 한 가지다. 일상의 번잡함에서 뛰쳐나와 진정한 삶의 여유를 맛볼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의 얘기였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괴로운 날은 비오는 월요일 아침일 것이다. 월요병이야 누구든 조금씩 있게 마련이지만 안그래도 막히는 월요일, 비까지 오는 날이면 모두가 자가용을 끌고 나와 평소보다 두배는 밀리게 마련이다. 비오는 눅눅한 공기속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온갖 땀냄새를 벗삼아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에 끼어 두배는 더 긴 출근길을 감내하는 일은 여간한 인내로는 참기 힘든 법이다. 그러나 더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줄 알면서도 지각하는 나의 게으름이다. 왜 좀 더 일찍 일어나서 여유있는 아침을 맞이할 수 없었던 것일까? 왜 일요일 밤에는 하고 싶은 일이 그렇게도 많은 법일까? 왜 그 수많은 자기계발 관련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힘차게 출근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고민들은 그 짧은 경험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하면 그 부산함 속에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다음주 비오는 월요일이 오면 똑같은 고민을 다시 한다. 그리고 묻는다. 나는 정말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명절을 맞아 부산집에 내려갔을 때 최근에 합병된 어느 은행에 다니는 동생이 책 한권을 읽고 있었다. 책상위에 놓인 그 책은 평소에도 탐을 내던 책이라 바로 집어서 읽었는데 밑줄 그은 그 책의 한 대목이 대문짝만하게 내 눈에 들어왔다.
'직장생활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저 넥타이가 올가미고, 거꾸로이긴 해도 조심하지 않으면 목이 졸릴 거라는 것 밖에.'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상에 파묻혀 큰 변화없는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찔러보자. 그들의 숨은 꿈과 야망에 대해, 불안정한 현실에 대해, 무기력한 출근길과 퇴근길에 대해 조금만 얘기를 깊이 해보라. 우리는 누구나 변화를 갈망하고 꿈으로 가득찬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단지 그런 꿈을 꿀 시간이 부족하고, 당장 해야할 일과 고민들이 산적해 있으며, 나는 책속의 성공한 위인들처럼 대단한 인간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한가닥 희망과 미련을 놓지 못한다. 뭔가 펄떡이는 물고기와 같은 생기 넘치는 삶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말하는 길은 너무 멀고 험해보인다. 나와는 상관없는 먼나라의 이야기 말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 인생 전체를 바꿔야만 할까? 오늘 하루만이라도 내가 늘 꿈꾸었던 나의 본연의 모습으로 최고의 하루를 보낼 수는 없을까? 온 우주가 나의 성공을 위해 움직이는 것과 같은 하루,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에게서 무한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하루, 보람과 기쁨이 넘쳐나서 다른 이들을 축복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하루, 언젠가는 되고 싶은 그런 큰 사람으로 태어나 후회없이 눈을 감을 수 있는 그런 하루를 단 한번이라도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거의 본능적인 목마름으로 수백권의 책을 읽고 사람들을 만나고 길을 찾아다녔다. 아직 그 길은 멀고 목적지는 요원해보이지만 그래도 1년전보다는, 하루전보다는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한다. 지도는 보여줄 수 없지만 같이 고민할 수는 있다. 인생을 바꿀 수는 없을지 몰라도 완벽한 하루는 보여줄 수 있다. 구름빵을 타고 하늘을 날아 출근할 수는 없지만, 꿈과 희망으로 부푼 그런 하루 출근길에 대한 노하우는 전해줄 수 있다. 우리는 본능대로 살아야 한다. 그 본능은 성장과 성숙에 관한 것들이다. 나 개인, 그리고 가족과 동료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이 땅의 인류들에게 조금이나마 기여를 할 수 있는 그런 삶, 나는 정말이지 그런 삶을 살고 싶었고 또한 그런 삶을 같이 살자고 제안하고 싶었다.

이 이야기는 그러한 치열한 변화에 대한 기록이고 수줍은 제안이다. 오늘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라고 공감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당신이 위로를 얻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당신과 같은 사람이 또 한명 있다고. 그리고 힘을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당신을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잊지 말자. 세상은 한번 살아볼만 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같이 가보자. 그 말이 정말인지 확인해보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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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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