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에 관심이 많다.
거대한 담론보다는 내가 살아가는 삶의 질에 관심이 많다.
정치,사회,경제의 복잡다단하고도 굴곡 많은 변화보다도 소시민적인 고민에 관심이 많다.
'화려한 휴가'를 보고 현대사의 질곡에 조금 고민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오늘 하루를 얼마나 뿌듯하게 살았나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다.

비오는 토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신문과 성경을 조금 보다가 다시 잠들어버렸다.
다시 일어나니 10시를 훌쩍 넘겼다.
처제가 가게를 오픈하는 바람에 오늘 하루가 다소 번잡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다소 연기되는 바람에 토요일의 오후의 여유가 생겼다.
아내는 혼자 컴퓨터로 '뽀로로'를 보는 첫째가 안타까웠던지 예정에 없던 마트엘 갔고
둘째는 잠든지 오래, 완벽한 기회가 생겼다.

이쯤 되면 고민이 시작된다.
길어야 한 두시간의 여유,
결혼한 분들은 이런 기적같은 여유가 얼마나 사람을 흥분시키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만가지의 생각이 왔다갔다 한다.
TV보기, 책보기, 컴퓨터 하기, 그냥 자기...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시간은 항상 비효율적이고 무가치한 쪽으로 흐르게 마련이다.
TV보기만 해도 수많은 채널들이 선택을 기다린다.
그래서 대개는...
뭘 볼까 왔다갔다 하다가 아내는 돌아오고 아이들은 잠에서 깬다.

리모콘으로 채널의 이쪽 저쪽을 왔다갔다 하다가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책을 잡았다.
일주일째 잡고 있는 필립 얀시의 '아, 내 안에 하나님이 없다'를 읽는다.
그리고 알라딘과 예스24를 돌아니며 보고 싶은 책들을 훑어보기 시작한다.
잘한 선택이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칭찬해본다.

이러한 일상의 선택은 일견 가벼워보이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믿는다.
작은 것에서 성공하고 승리하는 경험만이 더 큰 일을 가능케 한다.
그 누구도 처음부터 위대한 일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사소한 일도 얼마든지 위대한 가치를 담을 수 있다.

아내는 한시만이라도 좋으니 아이들과 '집중'해서 놀아달라고 한다.
이렇게 블로그에서 폼 잡는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공감하며 사랑을 나누는 일이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의 부피와 길이는 크게 중요치 않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 일을 하고 나서 가슴 뿌듯하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다.

위대한 사람들의 삶은 단순하다.
가치 있는 일들을 하기에도 우리의 하루는
그리고 우리의 일생은 짧기 때문이다.

'완벽한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완벽한 신앙  (1) 2007.09.11
완벽한 쉼  (1) 2007.09.10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가?  (2) 2007.08.23
간절함  (1) 2007.08.22
구름빵을 찾아서  (1) 2007.03.16
Posted by 박요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