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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07 반찬이 아플까봐... 6
  2. 2006.11.30 서원이 오빠 5
  3. 2006.11.29 결혼 5년차 4
  4. 2006.11.23 몸살 4
  5. 2006.11.21 소심 3

서원력 44개월하고도 일주일





  예전에, 잡지에서 유명한 어떤 서양인이 젓가락 예찬론을 적어놓은 걸 본 적이 있다. 자기네들은 포크로 야만스럽게 찍어대고, 나이프로 갈갈이 찢어놓지만, 동양의 젓가락은 섬세하게 음식을 살짝 집어올려서 먹으니 얼마나 자기네들보다 훌륭한 문화인가 뭐 그런 내용이었다. 젓가락을 사용하는 동양인들의 심성이 온화하고 따뜻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읽으면서, 별걸 다 예찬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어린이집 갔다와서 간식 잘 먹고, 잘 놀다가 장난 끝에 포크를 엄마한테 휘두른 서원군.


엄마 "서원아, 포크 밥상에 내려놔."

서원 (금새 울먹울먹..휘두른 시늉만 낸건데...진짜 휘두를려고 한 것도 아닌데...엄마 너무해...)

엄마 "박서원, 포크 밥상에 내려놓으라니까."

서원 (포크를 꼭 쥐고) "싫여!!!!"

엄마  "박서원!!! 말 안들을래!!!!"

서원  "엄마 나빠!!!"


엄마 승질 뻔히 알면서 건드린 서원군...하마터면 맴매 맞을뻔하다. 훌쩍이고 서 있는 아들놈이 안되서, 귀찮지만...(사실, 엄마는 늦은 점심 식사 중이었다. 입맛이 없어서 무지하게 배 고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허기가 질 때쯤 먹어야 그나마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니...그렇게 밥 먹는 중인 엄마를 건드렸으니...불쌍한 서원...)


안아주고서 조근조근 가르치다.


엄마  "서원아, 포크 그렇게 휘두르다가 찔리면 사람 다쳐, 이것봐 포크 끝이 뾰족하지?

         여기 찔리면 무지하게 아프단 말야."

서원  (아직 울먹울먹..)

엄마   "다음부터는 장난이라도 사람한테는 포크 휘두르지마. 포크로는 이런 반찬 콕 찍어

         먹는거야. 알았어?"

서원   "응..."

엄마   "그래, 이제 뭐 반찬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찍어먹어."

서원   (다시 울먹울먹...)

엄마    "왜?"

서원   "포크로 찍으면 반찬이 아프잖아...."





..................그 서양인 말이 맞았단 말인가......................................................................



결국 서원군. 반찬이 아플까봐,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올려서 잡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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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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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이 오빠

이은영 2006. 11. 30. 12:23

서원력 44개월



기어다니면서 온갖 것을 다 물어뜯어대는 희원양에게 드디어 '훈련'을 시작해야 겠다고 마음먹다.


엄마  (비장하게)"서원아, 희원이한테 '안 돼!'를 가르쳐야 겠어."

서원  (헛...놀란 표정으로)"'안 돼!'를 가르칠거야?"

엄마  "응, 희원이도 배울 때가 됐어."

서원   (희원이 너 인제 큰일났다...)


희원이 앞에 제일 좋아하는 두루마리 휴지를 한 통 갖다놓고, 손을 대려하면 펜으로 손등을 탁 치면서 "안 돼!"라고 말했다. 서원이는 이렇게해서 참 수월하게 통제가 가능했더랬다.


그.런.데. 이 둘째 녀석은 아무리 손등을 얻어맞아도, 끈질기게 휴지로 손이 간다. 펜으로 치는 것이 안 아픈가 해서 내 손등을 쳐보니, 아프다...저도 꽤 손등이 따끔따끔 할 텐데도 앵앵 서럽게 울면서도 끝까지~~~ 휴지를 잡는다. 어허...이 눔보게...고집이 지 오빠하고는 비교가 안 되네...


하여, 7개월된 딸과 서른 셋 엄마의 기 싸움이 시작됐다. 이쯤되면 '싸움' 수준이 된다. 어느 한 쪽이 항복할 때까지는 계속 "안 돼!"와 "앵앵~~~"의 지리한 반복이 계속될 뿐이다. 어디 한 번 해보자 이거지...아무렴, 아직은 엄마가 이기지...


"안 돼!!!"

"앵~~~~~~~"


이 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던 네 살 서원군의 솔로몬에 버금가는 명판결이 시작됐다.


궁댕이를 씰룩거리면서, 제가 가장 아끼던 빨간 119 소방차를 가져다가 희원이에게 갖다준다.

"희원아, 이거 갖고 놀아."

그리고, 희원이가 휴지에서 소방차로 관심을 돌리면서 소방차 쪽으로 가버리자, 그제서야 희원이 뒤통수에 대고 엄격한 목소리로 준엄하게 판결을 내리신다.

"희원이는 휴지 안 돼!!!"


그리고, 엄마에게도 판결을 내리신다. "엄마는, 맴매 안 돼!!"


어이없어진 엄마가 이의를 제기했다. "서원아, 엄마는 '안 돼' 훈련시켜야 되는데?"


한층 더 엄한 목소리에 손짓발짓까지 이어지면서 확정이 내려진다.

"아냐, 희원이는 휴지 안되고, 엄마는 맴매 안돼!!!"





.....................................가만 생각해보니, 서원이가 엄마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뉘 집 아들인지...똑똑하기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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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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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차

이은영 2006. 11. 29. 13:25

뼈 마디마디가 쑤시는 관절통,

주부습진,

치통,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의욕을 상실케하는 극도의 소심함,

끝도 없고 감당도 안되는 식욕,

불면증,

미간 사이 주름,

내 명의로는 카드 한 장 만들지 못하는 존재의 상실감,

대판 싸우고 뛰쳐나왔으나 갈 데가 없는 어이없음,

집 안에서 물건 잃어버리는-잘 챙겨둔다고 어딘가 넣어뒀으나 기억지 못하는-기억상실,

잠든 아이 머리맡에서 매번 느끼는 죄책감,

자기 커리어, 회사, 능력 자랑하는 남편에게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입을 옷이 없는 난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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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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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살

이은영 2006. 11. 23. 21:04

으...죽다 살아났다.



Thanks to 널부러져 있는 엄마 옆에서 열심히 낮잠 자준 서원군, 희원양.


Special thanks to 영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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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박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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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

이은영 2006. 11. 21. 11:46

나는 소심하다. 귀도 얇다. 겉으로는 굳은 심지를 가진 척 하지만...기실, 무지하게 귀가 얇고, 타인의 평가에 혼자 마음 상해서 끙끙 앓는다...

이삿짐 정리...정리가 다 뭐냐, 아직 상자도 못 풀어서 여기저기 상자떼기가 굴러다니고, 밥은 먹어야되니 그릇 정리해놓고, 싸야되니 화장실 청소 좀 해놓은 것이 전부이건만, 그래도 옥탑에서 살다가 2층으로 이사간, 서원이네가 궁금한 동네 아줌마들이 한번씩 다녀갔다.

"어머~~~괜찮다. 구조가 잘 빠진데다, 넓으네~~~."란 소리를 들으면,

'그런가? 하긴, 이 정도 전세가에 이만한 구조면 괜찮지...'라고 생각하다가...

"아유, 수납할 공간이 하나도 없네. 어쩌냐...베란다라도 쓸 수 있으면 좋은데, 너무 좁아서..."란 소리를 들으면,

'그렇지? 수납이 안되니 역시 각이 안 잡혀...이 전세가에 뭐 할 수 없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언제 초대할거야?"

"아, 아직 짐정리를 못했어. 자잘한 짐들이 정리가 안돼."

"그래, 애 둘 데리고 힘들어, 천천히 해."란 소리를 들으면,

'그래, 너무 무리할 것 없지, 천천히, 마음편하게 하자.'라고 생각하다가...


"정리는 좀 됐어?"

"아직, 수납 공간이 없어. 잘 안되네, 애들 데리고 하기도 힘들고."

"뭐? 여태 정리를 못했어?"란 소리를 들으면,

'아...난 너무 게으른가봐...여태 정리도 못하다니...다른 사람들은 이사하고 사나흘쯤 지나면 웬만큼 정리가 되나봐...어쩌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소심....................

.........................................................................소심................................................

...............................................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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